6자회담 개선론과 EU3-이란 방식

조태용(趙太庸) 외교부 북핵 외교기획단장이 18일(현지시간) 6자회담 운용개선론을 제기하면서 유럽연합(EU) 3국과 이란간 핵회담 조직방식의 원용을 제안한 것은 6자회담의 협상 도구 측면을 보완하자는 뜻이다.

이는 물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회담이 재개되는 것을 전제한 것이지만, EU 3(영국, 독일, 프랑스)-이란간 핵회담 회담 조직 편제를 어떻게 원용하느냐에 따라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토록 촉진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단장은 이날 워싱턴 세미나에서 발제문을 통해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을 ‘협상’과 ‘합의 및 그 이행’ 두 단계로 나누고, 6자회담 틀은 “합의와 이행을 보증하는 도구”로 활용하되, 그에 앞서 6자회담의 “협상 효율성 강화책”으로 EU 3-이란간 회담 방식을 제안했다.

한ㆍ미간엔 이미 딱히 EU 3-이란간 회담 방식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6자회담 운용 방식을 개선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짐 리치 미 하원 아태소위원장도 17일 같은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6자회담 보완이나 대체론을 주장함으로써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에 대비하는 동시에 그에 앞서 북한의 복귀를 유인하는 일환으로, 6자회담 틀은 유지하되 그 조직과 운영 방식을 효율화하는 방안이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는 인상이다.

◇EU 3-이란 방식 = 장관급으로 구성된 전체회의 격인 ‘조정위원회(steering committee)’ 아래에 국장급이 참여하는 핵, 기술ㆍ경제, 정치의 3개 실무위원회 혹은 소위가 있다.

3개 소위는 영국, 독일, 프랑스가 하나씩 소위 위원장을 맡고, 조정위원회가 분야별 방향을 정해주면 소위는 그에 따라 논의한 내용을 다시 조정위원회에 올려 합의.결정하는 방식이다.

EU 3와 이란은 조정위원회든 3개 소위중 하나이든 반드시 회의를 엶으로써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이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민간항공기 부품의 대 이란 판매를 허용함으로써 EU 3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원용 방안과 의미 = 6자회담 아래에 현재는 실무위원회 한개만 있지만, 핵폐기, 경제협력, 정치 혹은 ‘북ㆍ미관계정상화’ 등의 실무소위를 두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핵폐기는 북한을 제외한 5자가 북한에 요구하는 것이고, 경제협력은 북한이 5자에 요구하는 것이다.

이 두 문제는 기존 6자회담에서 논의돼 온 것이나, 북한의 2대 관심사중 하나인 안전보장 문제는 핵 해결 도상의 어느 단계에서 미국을 포함한 다자안전보장의 문서화가 가능하다는 언급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 의제를 다루는 실무위원회를 설치해 운용할 경우 북한의 핵포기 결단 여부에 따라 미국도 상응한 조치를 한다는 ‘의지’의 표시가 돼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

이같은 방식은 “유엔 총회같은 분위기인” 6자회담 전체회의보다 실무위원회를 활성화함으로써 6자회담의 실질적인 협상 측면을 보강하자는 뜻이 강하다.

특히 실무위원회에선 미국도 거듭 확인하고 있는 ‘6자회담내 양자대화’가 훨씬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대신 미국으로서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전 인센티브는 없다는 기존 원칙을 지킬 수 있으며, 동시에 그동안 핵 외에 북한과 관계정상화의 장애물로 지목해온 인권, 미사일, 테러, 마약 등의 문제들을 이 실무위에서 함께 다룬다면 ‘손해’는 아닌 셈이다.

핵폐기 실무위엔 6자 모두 참여하고 경제협력 실무위엔 일단 미국을 제외한 5자가 참여하며 북ㆍ미관계정상화 위원회엔 미국과 북한을 중심으로, 인권, 테러 등 사안별로 다른 관계국이 논의에 참여하는 구도도 생각해볼 수 있다.

6자회담이 EU 3-이란 방식을 원용할 경우 6자회담 각국 대표를 장관급으로 격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 단장은 자신의 제안에 대해 “위원회 직급에 주안점을 둔 게 아니라 전체회의와 실무그룹회의간 관계와 각 회의의 의제 및 운영 방식 등을 가리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 6자회담 개선론 배경 =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북ㆍ미 양자회담을 거부하고 6자회담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북ㆍ미간 제네바합의가 북한의 약속위반으로 사실상 깨진 점을 지적하며, 다른 관계국들을 참여시켜 북한의 위약을 방지하는 효과를 강조함으로써 합의이행을 보장하는 측면에 중점을 뒀다.

합의를 이룰 협상은 답보하는 상황에서 합의이행 도구를 우선 갖춘 격이다.

그동안 6자회담에 대한 비판론도 6자회담에서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짐 리치 아태소위원장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17일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현 형태의 6자회담이 합리적 방식”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점을 감안해 “보완적인 혹은 대체 접근법의 필요성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협상 측면의 보강을 주문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6자회담이 탁월하기는 하지만 협상 방법론이 (이단을 허용하지 않는) 신학교리 같은 것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며 “6자회담 틀안에서 양자회담을 하듯, 다른 틀을 통해서도 공식ㆍ비공식 양자논의를 할 수 있다”고 협상 방식의 신축성을 주장했다.

조태용 단장도 북한 핵야망을 다루고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보장하는 도구로서 6자회담이 “최상의 틀”이라면서도 해법을 도출하는 데는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며 “너무 뜸하게 열리고 유엔 총회같은 분위기로 인해 집중적인 협상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앞으로 회담이 재개되면, 전체회의보다는 소그룹 단위 모임 위주로 회의를 자주 갖고 각국 대표단장 회의는 자기 주장만 하고 끝내는 유엔 총회 방식이 아니라 논의를 계속해 결말을 내야 끝내는 “교황선출 방식과 같은 분위기”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조 단장의 6자회담 운용개선론과 함께 주목되는 대목은 “점진적인 접근보다는 가속화된 접근 방식”이나 “비교적 신속한 방식의 포괄적인 해법”을 역설한 것.

6자회담 운용 방식의 개선이 외피라면 ‘포괄적인 해법의 일괄 처리’를 뜻하는 이 주장은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조 단장이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대북 협상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 정세를 감안할 때 시간 요인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 공교롭게도 리치 위원장 역시 “좋은 정책은 좋은 타이밍을 요구한다”고 적시(適時)를 역설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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