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개막 D-1일…의제와 전망

제5차 6자회담이 9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막돼 ‘9.19 공동성명’의 이행방안 논의에 착수한다.

이번 회담은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 지에 대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이 구상을 내놓고 상대국의 입장을 탐색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그러나 공동성명 이행방안의 성격상 6개국간의 이해득실과 그 셈법이 다를 수 밖에 없어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회담장 안팎에서는 이번에는 각측이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협상’ 수준까지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회담 어떻게 진행될까 = 아직 구체적인 회담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례에 비춰볼 때 개막일인 9일 오전 10시에 댜오위타이내 팡페이위안(芳菲苑)에서 막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개막식은 열릴 것으로 예상되나 개막식후 6개국이 전체회의를 갖고 기조연설을 할 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다.

상대국의 입장에 대한 탐색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6개국 모두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는 기조연설을 부담스럽게 느낄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는 종전과는 달리 기조연설이 회담종료 시점에서야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또 회담은 6개국 대표단이 모두 참석하는 전체회의보다는 양자협의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장국인 중국은 7일과 8일 남북 양국 대표단과 양자협의를 한 데 이어 개막식 전에 가능하면 나머지 국가들과 사전협의를 마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각국이 기조연설에서 원칙만을 말하고 상대국의 입장을 탐색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은 양자협의장에서 밝힐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측이 6자회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창의적이고 상세한 안을 제시해 회담의 기반을 조성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우리측이 이행방안의 구체안을 내 논의의 밑그림으로 쓰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회담 기간은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밝힌대로 ‘사흘’로 예상돼 늦어도 주중에는 종료될 전망이다.

◇ 무엇을 논의하나 =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가장 핵심적인 과제인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라고 할 수 있으며 이행방안은 여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행방안과 관련, 세부적으로 일부 참가국들은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출발역과 종착역이 명시되고 ‘행동 대 행동’의 시퀀스를 담은 포괄적인 단일 로드맵을, 다른 국가에서는 핵폐기와 상응조치, 북미.북일 관계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의 주제별로 나눈 ‘멀티 트랙’ 형태의 접근법을 선호할 것으로 보여 공방이 예상된다.

6개국은 그동안 사전협의 과정에서 확인한 유사점들을 바탕으로 이견 좁히기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를 세부적인 조치로 연결하는 작업은 그다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제시할 이행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그동안의 회담들을 돌이켜 볼 때 나름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우선 북한이 취할 행동으로는 먼저 포기대상으로 합의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공개하는 조치와 그에 이어 핵시설 동결, 검증을 동반한 폐기와 사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제복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다른 5개국의 대북 에너지 제공, 그리고 대북 송전, 교역 및 투자 확대 방안 등 상응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은 핵폐기와 상응조치, 그리고 거기에 조응해 북미수교를 종착역으로 하는 관계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며, 미국은 인권, 탄도탄 미사일, 마약 등 북한과의 양자문제가 해결돼야 외교관계 수립을 완결점으로 하는 관계정상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공방이 예상된다.

이외에 우라늄 핵프로그램 문제와 경수로 제공시점 논란 등도 결코 만만치 않은 , 어쩌면 최대의 장애물로 꼽힌다.

특히 그간 잠복해 있던 우라늄 핵프로그램 문제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 는 핵계획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재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수로 제공시점 논란도 큰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다.

공동성명에 명시된 ‘적절한 시기’와 관련, 미국은 핵폐기가 완전하게 이뤄진 다음에 경수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선 경수로 제공’을 주장한 바 있어 이 문제가 쟁점화하면 북미간에 날 선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핵심에 집중하라” = 우리측 대표단은 기존 장애물인 경수로 제공, 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 인권 문제 등이 쟁점화할 경우 회담진전이 어렵다는 점에서 상황관리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남북 양자협의에서도 경수로와 농축 우라늄 핵프로그램 문제가 쟁점화하지 않도록 북한측에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경수로 문제 논의 시점과 관련한 논란의 경우 공동성명 채택후 ‘적절한 시기’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던 만큼 이번 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 존재 여부에 대한 ‘진실’을 핵폐기에 앞서 신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측 대표단은 미국측과의 개막전 사전협의에서도 북한과의 양자문제를 쟁점화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 회담 전망은 = 개막전 회담분위기는 그다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폭군’으로 거론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물론 북한 당국과 관영언론매체에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6자회담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약속한 개최일정이 지켜졌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회담에서 합의했던 ‘11월초’ 개막이 지켜져 서로간에 ‘신뢰’를 높인 것이다.

회담 개막에 앞서 열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달 28∼30일 방 북해 김정일 북한 국방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긍정적인 조짐인 듯 하다.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4년만에 방북한 후 주석이 북핵 문제 해결에 김 위원장 이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18∼19일로 예정된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도 향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 어느 정도 동력을 실어줄 이벤트로 꼽히고 있다.

APEC 행사를 계기로 16일 한중, 17일 한미, 19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가 비중있게 논의될 것이고, 또 이와는 별도로 APEC 정상회의에서 ‘9.19 공동성명’을 재확인하거나 그 이상의 대북 메시지가 나온다면 향후 북핵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으 로 관측된다.

정부가 일단 부산 APEC 1단계 회담에서 6개국 모두 공동성명의 이행방안에 대 한 기본입장과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연구해서 APEC 정상회의 이후의 2단계회 담에서부터 합의를 도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미 양국 모두 이번 회담에서는 원하는 ‘최대치’를 내놓 고 차기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여 협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