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각국 입장과 전략

제4차 북핵 6자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련국들이 속속 회담장인 중국 베이징(北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참가국들은 이번 회담의 최종목표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 이를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HEU(고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 문제와 군축회담 주장 등 난제들이 산재해 있어 회담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 ‘주도적 역할’ 이어갈까 = 한반도 핵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전과 달리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복안이다.

이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이 지난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북한을 회담장에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데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특히 대규모 전력지원이라는 대북 ‘중대제안’을 지난 3차회담에서 나온 미국 등의 대북제안과 조화시켜 실질적인 북핵폐기라는 큰 틀을 짜겠다는 생각인 셈이다.

회담장 내에서 북미접촉에 대한 충실한 가교역할은 물론 활발한 남북접촉을 통해 이를 성사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져 있는 듯 하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지원책인 ‘중대제안’을 과거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의 경수로 건설처럼 북핵문제 해결을 이끌어내는 ‘동인’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구체적인 북핵폐기안 보다는 이를 가능케 하는 6개국간 원칙적인 합의문 도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결을 시작으로 하는 북핵폐기 원칙을 6개국이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본격 협상의 장’ 시도하는 미국 = 미국은 ‘동결 대 보상’ 원칙에 입각해 이번 회담을 본격적인 협상의 장으로 만들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회담장 밖의 북미협상은 없다던 공식입장과는 달리 미측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회동, 회담 재개에 기여한 만큼 회담장 내에서도 유연한 자세를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과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 HEU 핵프로그램과 관련, 표현상의 신축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 같은 표현을 사용 않더라도 북한이 HEU 핵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어 본질상의 문제는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3차회담에서 북한의 반발로 북핵폐기의 원칙인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라는 용어를 ‘포괄적 비핵화’(comprehensive de-nuclearization)라는 말로 대체했지만 그 원칙에는 변화가 없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폐기되어야 할 북한 핵 프로그램의 ‘범위’를 둘러싼 이 문제를 회담 초반에 어떻게 다루어 나가느냐가 회담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24일 “HEU라는 표현이 우회적으로 활용되는 방안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그 문제는 반드시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지난 19일 부시 미 대통령도 “미국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함께 북한 지도자가 공통의 상식적 견해를 깨닫도록 진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진지하게 논의할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 美제안과 ‘중대제안’ 저울질하는 북한 = 북한이 남북 및 북미 접촉을 통해 회담장에 복귀는 하지만 어떤 식의 주장을 펼칠 지는 알 수 없다.

지난 3차회담에서 우리 안을 기초로 한 미국의 제안을 사실상 선(先)핵포기라며 탐탁지 않게 여겼던 북한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 지와 우리의 중대제안에 대한 수용여부를 밝힐 지가 관전 포인트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에너지 종속 문제 등을 감안해 북한 지역에 화력발전소 등을 건설해 달라는 역제안을 해 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북한은 핵동결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이 동참하는 에너지 지원과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대북 경제제재와 봉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협상력 제고를 위해 ‘2.10 핵무기 보유선언’에 기반한 군축회담 주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이 주장을 회담내내 굽히지 않으면 회담자체가 어려워지겠지만 단지 협상력 차원에서만 머문다면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정적 상황관리’ 주력할 중국 = 중국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한ㆍ미ㆍ일과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북한과도 직접 대화를 해왔다.

북한과의 특수관계를 고려한다면 어느 한 편에만 설 수 없는 입장이다.

즉, 상황이 악화된다면 이중 부담을 안을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따라서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핵폐기를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원하면서도 북핵문제를 풀어나가는 유용한 틀로 회담을 정착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한국, 미국, 일본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납치문제’ 거론 강도 주목되는 일본 = 한국, 미국과 보조를 맞춰오면서도 이번 회담에서 납치자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여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핵문제 해결의 기틀 마련은 물론, 납치문제에 대해서도 가닥이 잡히기를 희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양자 현안인 납치문제를 거론할 경우,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6자회담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미 북핵문제를 제외한 납치문제를 비롯해 군축.인권 등 6자회담과는 어울리지 않는 의제가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정부 역시 일본의 납치 문제 거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대신 우리 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임기중에 납치문제를 해결하고 북ㆍ일 국교정상화를 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이 같은 일본측 입장을 적극 지원키로하는 한편 이번 회담에서 일본이 보다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국내 정치 역학구도상 이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는 입장인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회담 기조연설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정도로 마무리짓고 의제화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북핵 평화적 해결 ‘보조역’ 러시아 = 북핵 문제에 있어 러시아의 역할과 입지는 사실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6자회담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이어서 실질적인 진전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이번 회담에 힘을 실어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러시아는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동원칙과 메커니즘을 현실화하고 이를 이번 회담에서 공동문건이라는 형식의 틀에 담아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역시 한국,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납치자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은 23일 일본에 납치문제를 제기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차석대표인 알렉산드르 티모닌 외무부 아시아 제1부국장도 “6자회담을 통해서는한반도 핵문제만 논의해야 한다”고 못박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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