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北, 자산동결·위폐 문제 제기

제5차 6자회담이 10일로 이틀째를 맞은 가운데 북한이 ‘9.19 공동성명’에 담기지 않은 의외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돌연 자국기업에 대한 미 행정부의 자산동결조치와 위조달러 공모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5개국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이로 인해 5차회담의 목표인 이행방안 마련에 악영향을 끼칠 지도 모른다며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의지가 확고한 편”이라면서 “과연 북한이 향후 5개국의 정치일정에 ’허리자르기’를 시도할 것인 지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11일 5차회담 1단계 회의가 끝난 뒤 오는 18일 부산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까지의 외교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만일 북한이 ’공화국의 자존심이 손상됐다’면서 이번 회담에서 철수하거나 다음 2단계 회의에 나오지 않겠다고 할 경우 이미 만들어진 APEC 정상회의 공동성명의 중요한 내용도 필수적으로 수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6자회담의 수석대표가 각국의 차관보급이라는 점에서 외교의전상 상상하기 어려운 파장이 예상된다. 이 소식통이 “각국 정상의 예정된 외교행사가 빛이 바랠 경우 각국 수석대표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겠느냐”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된다.

따라서 각국 수석대표들은 북한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 지를 골똘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미 지난 달 24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답변에서 나왔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은 베이징 공동성명 발표 이후 지난 1개월 남짓한 기간에 성명 정신에 심히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거리낌없이 해대고 있다”면서 “성명 이행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6자가 합의한 동시행동 원칙은 아랑곳하지 않고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에 의한 선핵포기 요구를 다시 들고 나오고 있으며 인권 또는 비법거래라는 전혀 무근거한 딱지를 붙여가며 우리에 대한 압력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면서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공동성명을 무효화하는 쪽으로 떠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개선의 의지를 담은 ’9.19 공동성명’이 발표됐는데도 불구하고 자산동결 같은 미국의 조치가 나온 것은 공동성명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공동성명의 이행의지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은 5차회담 개막에 임박해서도 한 차례 흘러나왔다.

북한측 대표단 단장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8일 베이징행에서 앞서 평양 순안공항에서 ‘9.19 공동성명’을 등대에 비유한 뒤 그러나 지금은 이 등대가 우리한테서 너무 멀리 있는데다 바다 위에는 안개까지 자욱이 피어오르는 바람에 등대가 흐려져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면서 일련의 미국측 행위가 안개를 한층 더 짙게 하고 방향을 더욱 분간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향후 본격화될 북미간 신뢰축적을 위한 초기 행동조치 논의에서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카드로 내세웠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9일 밤 “공동성명이 발표됐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변 원자로가 돌아가고 있다”며 공동성명 이행의지에 불만을 표시한 것과 연결지어 볼 때 ‘맞불작전’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인 것이다.

북한의 자산동결과 위폐문제 제기가 단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적어도 각측이 이번 회담에서 공동성명 이행방안을 밝히고 의장국인 중국이 회담 3일째인 11일 이를 의장성명 형식으로 요약한 뒤 부산 APEC 정상회의 후에 2단계 회의를 열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산동결과 위폐 문제는 결국 북한과 미국간의 양자현안이고 다자협상의 틀인 6자회담에서 이를 쟁점화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서 북한이 조만간 주장의 강도를 낮추고 공동성명 이행방안 마련이라는 5차회담 일정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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