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역량’ 확인한 한국의 역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2주간이라는 마라톤 협상으로 열린 제4차 6자회담이 일단 ’휴회’ 쪽으로 결론이 난데 대해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이번 6자회담은 회담과정은 물론이고 회담의 성사에 이르기까지 남한 정부의 중재적.주도적 역할이 돋보인 무대였다.

한 외교소식통은 “회담기간 베이징에서 제일 센 사람이 바로 한국 송민순 차관보였다”고 말해 이번 회담에서 보여준 한국의 주도적인 중재역할이 얼마나 위력을 떨쳤는 지를 전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 행위자인 북한, 미국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남한 대표단에 자연스럽게 중요한 정보가 모일 수 밖에 없었고 송민순 남한 수석대표의 몸값도 함께 올라갔다는 것이다.

남북한과 한미 사이의 수석대표 접촉은 물론이고 회담 기간 내내 남한을 가운데 두고 남북한과 한미간의 접촉은 끊이지를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과는 매일같이 실무선에서 접촉을 갖고 회담내용에 대한 협의를 벌여왔다”며 “우리 수석대표인 송민순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힐 미 수석대표도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통해 회담내용을 실시간으로 협의했다”고 전했다.

남한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미국이 전하는 말은 거의 같은 내용이었다는 후문.

미국과 북한 대표단은 서로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남한 대표단에게 물으면서 상대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잘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남측 대표단은 이번 회담기간 북측 대표단의 대남 태도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전해오고 있다”며 “미국의 정확한 입장을 읽고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남측과 적극적으로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남한 정부의 역할이 정점에 이른 것은 중국이 내놓은 4차 초안을 놓고 북-미가 힘겨루기를 거듭하는 가운데 4일 열린 남.북.미 3자회동.

남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차관보는 이날 오찬 때에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북미가 대립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졌고 그 과정에서 남북미가 앉아서 조그만 오해도 없이 풀자는 판단에서 회동을 주선했다.

이번 회담기간 보여진 이 같은 남한 대표단의 주도적이고 중재자적 역할은 제4차 6자회담을 성사시키는 과정부터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6.15 5주년 방북은 사실상 이번 6자회담을 이끌어내는 전환점 역할을 했다.

정 장관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핵문제에 대한 결단과 이를 위한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한데 이어 미국을 방문해 딕 체니 부통령,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을 만나 북한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

정 장관에 앞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미스터 김정일’이라는 언급 등을 이끌어내며 유관국들의 유연한 접근을 촉구한 것도 회담 재개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축을 담당했다.

여기에다 북한의 핵폐기 합의시 경수로 건설공사를 종료하는 대신 전력 200만㎾를 공급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중대제안’은 미국의 우려를 잠재우고 북한의 경제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절묘한 타협점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회담의 성사분위기를 만들고 회담 과정에서 보여진 남한의 주도적이고 중재자적 역할은 그러나 휴회라는 결론 속에서 일단 빛이 바랜 듯 하다.

하지만 휴회기간 그동안 확인된 남한 정부의 주도적인 중재역할이 교착상태의 6자회담에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을 지 관심과 기대가 모아진다.

정부는 휴회기간 외교채널을 이용한 대미 설득과 동시에 남북간 대화채널을 이용한 대북 설득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핵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 결과에 실망하지 않는다”며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과 북미 양측의 진지한 자세를 확인했으니까 핵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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