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숨 죽이는’ 베이징 외교가

북한 핵문제 해결의 방향타를 제시할 제4차 6자회담이 8일째로 접어든 2일 베이징 외교가는 숨죽이며 북한과 미국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주도적 중재자’인 한국과 의장국 중국 등의 움직임도 협상의 흐름을 전해주는 ’풍향계’가 되고 있다.

◇ ’조용한’ 북한 = 베이징 외교단지에 자리잡은 북한 대사관 주변에는 2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북한 대표단의 ’입과 발’을 쫓기 위해 포진해 있었다. 하지만 소득은 없었다.

과거 협상에서 ’현란한 선전전’을 펼쳤던 북한 대표단은 이번 협상에서는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태운 차량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대사관문을 나섰다. 그러나 기자들의 여망을 뒤로 하고는 휭하니 대사관을 빠져나와 곧바로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향했다.

북한핵 협상을 오래 취재해온 한 기자는 “이쯤이면 뭔가 나올 듯한데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면서 “협상 타결로 가기 위한 수순인지, 아니면 예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려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조용한 북한은 일단 협상장에 들어서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우리측 대표단 관계자는 전했다. 물론 주요 쟁점에서는 여전히 ’진전전 내용’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협상 자세만큼은 어느때보다도 진지하고 실질적이라는 후문.

이 관계자는 “분명히 협상의 의지는 엿보이는데 행동은 다르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결심을 앞둔 듯한 미국 = 미국 대표단은 뭔가 ’결심의 단계’로 넘어가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협상이 일주일을 넘어가고 있지만 북한이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자세를 보이면서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측의 분위기는 1일 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힐 차관보는 전날 밤 숙소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에게 “오늘 긴 시간 회의를 했지만 진전이 없다. 현 국면에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적극적인 협상의지를 보였던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관적인’ 코멘트가 나오자 회담장 주변은 술렁였다.

그는 특히 “진전이 있다면 계속 (베이징에)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해 여차하면 대표단을 철수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미국대표단은 워싱턴의 동향을 의식하는 듯하다”면서 “워싱턴의 가이드라인에서 볼 때 북한의 태도는 분명 실망스런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올 수 있는 카드가 다 나온 만큼 이제는 선택의 수순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 더욱 바빠진 남한 = 협상이 고비로 넘어가자 한국 대표단은 분주해지고 있다. 2일 오전 숙소인 중국대반점에서 대책회의를 한 한국 대표단은 “연결작업에 최선을 다하자”고 결의했다는 후문이다. 연결작업이란 첨예한 줄다리기를 하는 북한과 미국의 간극을 좀더 효율적으로 좁히는 일을 말한다.

대표단 관계자는 “협상의 관건은 물론 북한과 미국의 선택이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의 중재노력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어진 여건에서 할 수있는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를 비롯한 한국 대표단은 2일 하루가 이번 협상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날로 설정하고 그동안의 피로를 뒤로하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협상장인 댜오위타이로 출발했다.

◇ 우리도 한 몫하자 = 의장국 중국은 어떻게 해서든 이번 협상의 ’성과물’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주말 총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서 의장 역할을 맡은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 등은 그야말로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며 협상의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투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년이 넘도록 진행해온 6자회담이 끝내 성과없이 끝날 경우 그 많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이 중국이다.

’미운 오리’로 몰리는 일본도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정치적 여건을 감안할 때 이쯤해서 북한과 대좌하는 사진 한 장은 나와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납치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북한의 외면은 더욱 노골적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장 여유있는 러시아의 경우에도 ’조속한 타결’을 원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현재 모스크바에 가있는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차관의 경우 베이징 동향을 체크하며 귀환일자를 계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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