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에 미묘한 기류..北 기싸움 재개하나

북핵 외교가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과 미국의 상응한 테러지원국 해제절차 착수와 적성국 교역법 해제, 여기에 더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폭파까지 현실화되면서 곧 열릴 것으로 보였던 6자회담의 재개일자 확정이 자꾸만 늦어지고 있다.

더구나 미국 내에서도 의회 등을 중심으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핵확산 의혹을 ‘간접시인’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한 데 대해 노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조지 부시 대통령도 2일 일본의 NHK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신고와 냉각탑 폭파를 환영하면서 “그러나 본인은 아직 회의적이다. ‘증명으로 보여달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며 신고 내용 검증에 대한 북한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대해 “45일 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 심각한 결과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협력적 태도로 나오지 않을 경우 테러지원국 해제를 철회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NHK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맞불을 놓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일 담화를 통해 “모든 참가국들의 의무 이행이 정확히 완결돼야 10.3합의 이행이 마무리될 수 있고, 그래야 다음 단계 문제 토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행동 대 행동’ 원칙의 기본요구이고 우리의 일관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불능화는 현재 80% 이상 진척됐고 핵신고서를 제출하고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5자의 경제보상 조치는 현재 40%밖에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10.3합의에 따르는 정치적 보상 조치를 발표했지만 그중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조치는 절차상 요인으로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 발효됐다고 하는 ‘적성국무역법’ 적용 종식 조치도 내용적으로 보면 완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조치는 평가하지만 만족할 수준이 아니며, 무엇보다도 경제.에너지 지원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추후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은 6자회담에 나오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이 점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 현재 의장국 중국이 6자회담 재개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것은 ‘북한 요인’이 아니고 다른 데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당국자는 “곧 중국으로부터 회담 일정과 관련된 통보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경제.에너지 지원 속도에 불만을 표출한 점을 감안해 곧 열리는 6자회담을 전후해 베이징에서 경제.에너지 지원 실무그룹회담을 열어 보다 확실한 에너지 지원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북한에 ‘성의표시’를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제는 시간이다. 핵 신고서 제출로 시작되는 일련의 긍정적 조치로 인해 상당한 협상동력이 축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신경전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상황이 흔들리는 가운데 자칫 강경파들이 기회를 잡을 경우 어렵게 조성된 협상국면도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북한이 이날 담화에서 핵신고서 검증에 대한 협력을 확인하면서도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한 것이나, 9.19공동성명에 따라 ‘전(全)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검증을 강조하면서 남북 상호사찰을 시사한 점 등은 앞으로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험난한 협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난제일수록 푸는 데 많은 협상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6자회담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외교소식통은 “임기말에 몰린 부시 행정부로서는 가급적 8월말까지 가시적인 비핵화 3단계 로드맵을 만들려 하겠지만 미국이나 북한의 내부 움직임이 부정적으로 흐를 경우 예상치 않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시간을 아끼면서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국면에 서있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