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과 `제재에 상응하는 외교노력’

6자회담이 장기 교착국면에 빠진 가운데 한국 고위 외교당국자들이 잇따라 `의미있는 발언’들을 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千英宇)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와 백악관 관계자들과 연쇄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재 일변도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제재에 상응하는 외교적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물론 니컬러스 번스 국무차관을 면담하고 나온 천 본부장은 한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을 미측에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제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것이므로 반대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제재하는 만큼의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의 발언에 대한 지원사격은 곧바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에게서 나왔다.

반 장관은 지난 1일 관훈클럽 조찬토론에 참석해 ‘신축성’과 ‘창의력’을 화두로 던졌다.

반 장관은 이날 1주년을 맞는 `9.19 공동성명’의 의미를 상기시킨 뒤 지난 7월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6자회담 재개 전망이 어느 때보다도 어두워진 상황에서 관련국들이 `상황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고 북핵 상황을 잘 관리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신축성과 창의력이 `다각적인 노력’의 추동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정부는 특히 지난달 26일 북한 외무성이 발표한 담화 내용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담화는 ‘9.19 공동성명 이행이 북한에 얻을 것이 많기 때문에 6자회담에 나가고 싶다’는 북한의 속내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반 장관이 이번 담화에 대해 “북한의 진위를 파악해봐야 하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으나 “이례적”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여기에 최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북한 설득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따라서 정부 고위 외교당국자들의 발언은 일단 한중을 중심으로 ‘상황관리’와 북한 설득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다른 관련국들이 `자존심 강한’ 북한을 자극하는 특이행동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당사자가 미국이란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정부가 오는 14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측이 `유연성’을 보일 수 있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점에서 천 본부장이 “우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북한이 파멸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우리와 다른 셈법이나 착각 때문에 미국을 움직이려면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이런 문제를 감안해도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은 이목을 끈다.

그의 이 발언에는 미국 일각에서 ‘이 기회에 북한을 계속 코너로 몰고 가야한다’며 대북 강경제재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데 대해 ‘경고’하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천 본부장은 우리측이 생각하는 ‘제재에 상응하는 방안’을 미측에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의 구체적인 제안 내용이나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오는 11일 힐 차관보의 한국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내 자국 계좌 동결 해제에 대해 미국이 계속 `양보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나설 경우 우리 정부가 강조하는 ‘창의력’ 이 얼마나 발휘될 지는 불분명하다.

한 당국자는 “도저히 접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가도 갑작스럽게 상황이 변하곤 하던 것이 북핵 외교의 특성”이라면서 “북미간 대결구도가 해소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창의력있는 외교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지난 1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외교는 변하는 상황을 포착해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정부의 `신축성’과 `창의력’을 주목하게 만드는 대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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