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장관급회담, `투트랙’으로 가나?

정부가 13일부터 열리는 제16차 남북 장관급회담의 핵심의제로 한반도 평화문제를 제시함에 따라 같은 날 막이 오르는 2단계 제4차 6자회담과 더불어 ‘투 트랙’ 접근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금까지도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병행해 나간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지만 그 이행체인 6자회담은 정치ㆍ군사 분야에, 남북회담은 경제ㆍ교류 분야에 중점을 둬 온 것이 현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평화문제를 화두로 삼을 경우 6자회담과 의제 면에서 정치ㆍ군사 분야라는 공통점을 갖게 되고 서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구도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더욱이 북핵 해결과 평화 정착은 그 목표에서 한반도 내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물론 6자회담은 북핵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장관급회담에서 평화문제를 꺼내더라도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런데도 주목되는 것은 1단계 6자회담에서 중국측이 제시한 4차 초안에는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해 관계국 간에 포럼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평화체제 논의는 일단 당사국이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고 그 시기도 북핵 문제해결 이후로 미뤄져 있는 분위기여서 ‘포스트-북핵 회담’의 성격이 강하다.

즉, 한반도 안보상황 개선을 위한 북핵문제 해결이 미시적.단기적인 문제라면, 평화체제는 보다 거시적이고 중장기적인 문제일 뿐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양자 내지 다자 협상의 종착역에 해당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비춰 우리 정부가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평화문제를 의제화하려는 것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오랜 준비와 고심 끝에 나온 판단으로 해석된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가 해결되는 국면은 반세기가 넘은 한반도의 정전상태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외교안보통일 부처 사이에 올 초부터 북핵 이후를 대비해 한반도 평화체제 모델에 대한 검토를 거쳐 큰 그림을 그려 놓았다.

이에 따라 제3차 장성급군사회담이 열리면 평화체제 문제를 본격 제기할 방침이었지만 장성급회담 날짜잡기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아예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의제화하려고 작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다면 장관급회담과 6자회담이 앞으로 어떤 상호작용 속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장관급회담 남측 대표단 대변인인 김천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12일 평화체제를 포함하는 개념인 평화문제를 논의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뒤 “6자회담 결과에 반영되는 방향으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에 비춰 4차 초안에 들어 있는 평화체제 포럼 추진안이 보다 구체적인 표현으로 담길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평화체제 문제가 6자회담의 본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동력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향후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에 대비해 남북이 우선 평화체제 정착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필요하다면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세부 의제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6자회담과 남북회담의 역할분담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남북간 양자협의를 통한 상호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이 필요하고, 6자회담에서는 주요의제인 북미, 북일 양자간 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다자포럼 등 다양한 형식이 추진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남북, 북미 등 양자가 풀 사안과 다자가 해결할 사안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남북 간에는 대규모 부대이동 및 군사연습의 통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단계적 군축 등의 실천방안이 논의될 수 있고, 다자 간에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협상이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6자회담을 북핵문제 해결 이후에 동북아 안보협력체로 전환하는 구상이 우리 정부 등에서 나오고 있는 점은 평화체제를 위해 크게 남북 양자와 다자 등 투트랙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동시 개막하는 6자회담과 남북장관급회담이 한반도 평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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