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者 4월엔 열려야 美정권교체 돼도 모멘텀 유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불이행으로 북핵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오는 8월을 차기 미 행정부의 6자회담 지속 여부를 결정할 중대시한으로 제기해 주목된다.

내달 중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조율차 방미중인 유 장관은 27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핵문제와 관련, “미국의 국내정치일정을 보면 8월이 지나가면 의미 있는 결정이 있어도 행정부가 집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 6자회담이 내달이라도 열려야 미국에서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6자회담이 계속 진행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달 6자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핵 신고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전날 북한에 대해 “북핵 신고의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서도 읽혀지듯 유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조속한 핵 프로그램 신고가 선행돼야 6자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고 핵심 당사국인 미국도 북한이 요구하는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25일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과 계속 접촉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향후 수주가 북핵문제 해결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임을 밝힌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해 ‘2∙13합의’와 ‘10∙3 공동선언’에서 연말까지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기로 합의했지만,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북한의 시리아 핵이전 의혹을 둘러싼 미북간 입장차가 커 서로 ‘공방’만을 이어갈 뿐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단 미국은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강조하면서 UEP와 시리아 핵이전 의혹을 모두 포함시킬 것을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전날 “신고시한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신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 현재, 미래에도 없다”며 두 가지 의혹 자체를 부인하면서 미북간 줄다리기는 3개월째 평행선이다. 미국이 지난 13일 제네바 회동을 통해 ‘비밀신고’ ‘분리신고’ 등을 제안했다고 알려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일각에선 북한이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11개월 밖에 남지 않았음을 의식, 차기 미국 정부와 협상을 하기 위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부시 행정부는 임기 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북한과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힐 차관보는 25일 핵신고와 관련, “북한측과의 추가 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적극적인 ‘경고’와 ‘약속’ ‘달래기’도 이어지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전날 유 장관의 ‘신고에 대한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간다’는 말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합의한) 의무를 이행하면 미국도 이를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완전하고 정확하게 핵신고만 한다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적성국교역금지법 대상해제 절차에 착수할 것임을 재차 확인시켜 준 셈이다. 미국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식량 50만t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한 것으로 유 장관에 의해 확인됐다.

‘한미동맹’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의 신임 외교장관이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고 북한에 ‘경고’를 날린 직후 ‘8월’ 시한을 제기한 것은 부시 임기 내 북핵폐기 3단계 협상에 들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8월’은 미국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다. 이 기간이 지나면 부시 행정부의 행정력은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따라 경제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구상도 본격적인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 수 주 내에 북한 핵 신고를 마무리 짓고 내달에 6자회담을 재개, 3단계 북핵폐기 협상에 들어가 8월까지 북한 핵폐기를 어느 정도 진전시켜야 부시 대통령 임기 내 미북∙미일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논의 착수 등의 향후 절차도 구체화 할 수 있다.

반대로 ‘핵 신고’라는 장애물을 결국 넘지 못해 8월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6자회담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부시 임기 내 성과는 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차기 미국 정부와의 협상 ‘모멘텀’을 이어갈 지도 불투명하다.

6자회담 무용론까지 대두될 가능성도 높다. 이미 미국 존 볼턴 상원의원 등 강경파들은 북한을 제외한 5자간의 연대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8월은 미국의 공화당, 민주당 양당 후보가 확정되고 본격적인 선거활동에 들어가는 시기”라면서 따라서 “북핵 6자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에 있어서는 제약을 받을 수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등장하면 부시 행정부로서는 통상적인 마무리 이외에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후 북핵문제는 차기 정부와의 정책조율이 재차 추진돼야 하기 때문에 6자회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유 교수는 “8월 이전 최소한 북핵 2단계는 마무리하고 3단계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 “6자회담 무용론, 유엔 제제 등의 다른 형태의 해결구도가 모색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