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者 에너지WG 개막…중유 지원 로드맵 ‘글쎄’

북한의 2·13 합의 2단계 조치인 불능화 조치 이행에 맞춰 제공하게 될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을 위한 북핵 6자회담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회의가 7일 판문점에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이틀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의는 북측이 지난달 14일 영변 핵시설을 가동중단하고 우리 정부가 중유 5만t 지원을 2일 완료하면서 불능화 조치에 따른 나머지 95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 로드맵을 설정하기 위한 것.

이에 따라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실무그룹 참가국 대표들은 이날 판문점 남측 구역내 평화의 집에서 첫날 회의를 갖고,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단계에서 북측의 이행상황에 따른 각국의 상응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협의에 들어갔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는 각국별로 중유 95만t 상당에 해당하는 지원 품목을 도출하고, 이를 언제 어떻게 북한에 제공할 지를 결정하는 게 핵심이다.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각국이 ‘지원할 수 있는 것’을 절충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한국에 이어 중유 5만t을 이달 중순께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중유 5만t 지원에 나설 경우 각국은 중유 90만t 상당에 해당하는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을 하면된다.

2·13 합의에서는 북한의 핵폐기 이행과정에 따라 중유 ‘100만t에 상당하는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고 명기했다. 따라서 북한에 제공되는 품목은 중유가 아닌 대체 물품이 지원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 북한은 중유 저장시설이 월 5만t에 불과해 중유로 모두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북한은 지난 6자 수석대표회담 등에서 상응조치로 중유 외에 중유 저장시설 확충과 발전소 정비 등을 언급한 바 있어 이번 회의에서 이를 구체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국이 대북 지원 품목 리스트를 정한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제공하느냐 하는 구체적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선 2단계 조치 기간에 북한은 ‘모든 핵프로그램 목록신고와 현존하는 모든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가 정상적으로 이행돼야 한다. 이 단계가 적어도 5~6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불능화 조치를 유도하기 위해선 잘게 쪼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앞서 한국은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연내 불능화’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이 특정단계를 이행할 때마다 그에 따른 상응조치를 기다리지 말고 서면으로 약속하는 이른바 ‘중유 상품권 제도’를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이 매단계 마다 각국의 상응조치 이행을 기다릴 경우 그만큼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이 이러한 제안을 쉽게 받아들인다면 상응조치 제공 방법과 시기도 어렵지 않게 합의에 이를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럴 경우 이번 실무그룹 회의에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대략적인 틀만 잡은 채 9월 초 예정된 6자회담에서 세부적인 로드맵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이번 대표단에 에너지 문제를 담당하는 실무관료가 포함돼 있음을 강조하며 구체적 협의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은 예산관리국(OMB) 소속 관료가 실무회의 대표단에 포함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대북 에너지 지원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이자 경제·에너지 협력 실무그룹 회의 의장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2단계 비핵화 조치 이행시 제공될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 계획과 공식을 이번 회의에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의에서 우리가 맡은 주된 임무는 비용 대비 효율이 높고, 실행가능한 방안을 만드는 것”이라며 “많은 우여곡절 끝에 6자회담 프로세스가 다시 동력을 얻고 있으며, 회의론은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의장국인 한국의 천 본부장과 북한의 김명길 주 유엔 대표부 공사, 미국의 커트 통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경제담당관, 일본의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부국장, 중국의 천나이칭 외교부 한반도담당대사, 러시아의 올렉 다비도프 외무부 아주1국 선임 참사관 등이 수석대표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