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종료된 북핵 6자회담에서 10월 말까지 북한의 불능화 작업과 대북 에너지 지원을 완료한다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검증 체계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담겨있지 않아 형식적인 회담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6개항의 합의사항이 담긴 ‘제6차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언론발표문’을 발표하며, 사흘간 열린 6자회담의 폐막을 선언했다.
이번 발표문에서 참가국들은 검증체계 정립과 관련 현장방문과 자료제공, 기술자 면담 등 3개 원칙에 합의했다. 6자 수석대표들이 참여하는 감시체제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발표문에는 ‘필요할 때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문단의 방북을 환영한다’는 입장도 담겨있다.
대북 중유지원과 관련해서 ‘일본은 적절한 시기에 지원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은 당초 납치문제를 이유로 대북 중유지원에 참여하기를 거부해왔다.
대신 미국과 러시아는 아직까지 지원되지 않은 에너지 공급을 10월말까지 완료하고, 한국과 중국은 관련 자재, 장비를 8월 말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참가국들은 이외에도 적절한 시기에 6자 외교장관회담과 동북아다자안보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6자회담 합의사항과 관련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검증체계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검증체계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사항이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엄격하게 검증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징후를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혀 확인할 수 없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검증’과 관련한 현장방문 합의에 대해 “현장방문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긴급사찰’ 등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단순한 방문은 상대방이 허용해야 가능한 것으로 강제성이 없는 것이다. 가장 큰 실수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검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것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미국과 북한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플루토늄 산출량에 대한 정확한 신고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검증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검증 대상이 플루토늄 신고에 국한되어 있고,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핵확산 의혹, 핵무기 등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전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도 “결국 관련국들의 희망사항으로 끝난 것”이라며 이번 협상에서 핵무기 폐기를 위한 3단계 협상에 대해서는 접근도 못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10월 말까지 불능화를 완료하겠다는 합의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이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며 “냉각탑 폭파까지 실행한 북한이 북핵문제의 일부분일 뿐인 영변 핵시설 불능화에는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연구위원도 “불능화와 경제에너지 지원은 잘 진행될 것”이라며 “미국은 임기말 외교 업적을 남겨야 때문에 (계속) 북한에 끌려 다니기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 연구위원은 ‘필요할 때 IAEA 자문단의 방북을 환영한다’는 합의 사항에 대해서 “IAEA의 검증 자체를 사실상 북한이 거절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전 연구위원도 “IAEA가 사실상 ‘검증’에 배제된 것”이라며 “이번 회담은 철저히 북한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