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者 북핵 연내 신고·불능화 합의문 명시

▲ 6자회담 폐회식에서 악수를 나누는 韓美北 대표 ⓒ연합

베이징 북핵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은 북핵 불능화 시한을 명기한 2단계 불능화 로드맵 합의문안을 도출하고 채택 여부를 이틀 후로 미루고 임시 휴회에 들어갔다. 그러나 문안에는 북측이 요구한 테러지원국 삭제 시한은 들어가지 않았다.

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0일 “북한이 할 의무에 대해서는 명백한 시한이 박혀있다”면서 “세밀하게 공개할 수 는 없지만 북이 해야 할 신고와 불능화 시한이 명시되어 있다”고 회의를 끝낸 뒤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관련해선, “(합의문) 본문에는 시한이 없다. 그것은 양자 간에 한 것이니 당사자(미.북)는 안다”면서 “양자가 제네바에서 합의된 내용을 본문에 명시하는 것을 고집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미북 양국은 지난 2일 제네바에서 열렸던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연내 북핵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를 약속했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시한을 합의문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다 입장을 선회한 것은 다소 의외로 해석된다. 천 본부장도 “북한이 테러지원국 삭제와 시기를 합의문에 넣지 않고 수용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며 “이것이 기적적으로 합의문을 타결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달 2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마냥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집하기에는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테러지원국 삭제 문제는 미북 양자간 합의사항으로 다룰 수 있다는 데 서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천 본부장은 “2단계 행동계획이 명시된 합의문이 6자간 집중적인 협의를 거쳐서 문안이 극적으로 타결됐다”고 이번 회담에서 참가국들이 합의문안에 합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본국 정부 청원을 필요로 하는 대표단이 있기 때문에 각 대표단이 본국 정부와 협의할 시간을 준 다음 이틀 동안 회의를 휴회하고, 다시 속개해 합의문서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문을 정식으로 채택하는 것은 이틀 후 6자회담을 속개해서 할 것이기 때문에 문안은 그때까지 공개되지 못한다”면서 “본국 정부 승인을 못 받았으니 6자 수석대표 차원의 잠정적인 합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합의문’을 공동성명이라 지칭하며 “이 공동성명은 아주 구체적이고 유용하다”면서 “공동성명에 곧 합의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6자회담 회의 일정을 마친 뒤 귀국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 기자들과 만나 “어제밤만 해도 성명이 나오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중국이 아주 좋은 공동성명을 내놓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는 이것(합의문안)을 갖고 워싱턴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 보스(라이스 장관)에게 초안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번 회담에서는 거의 스트레스를 느끼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회담 전부터 가장 논란이 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와 플루토늄 추출량에 대한 신고 문제와 관련,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생산량과 사용내역, 재고량 등을 모두 밝히고 그에 대한 검증활동까지 수용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출된 플루토늄은 ‘핵무기’와 직결된 핵심 물질이다. 북한이 얼마나 성실하게 신고할지는 미지수지만 이를 신고하겠다는 것만으로도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불능화 방안과 관련해선, 북한은 제염처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3개 핵시설의 핵심 부품을 떼어낸 뒤 이를 상당기간 통제 하에 두는 방안에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능화 대상은 5MW 영변원자로와 재처리시설, 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3곳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대해 힐 차관보는 “핵시설 불능화는 재가동하는데 최소한 12개월 이상은 걸리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불능화와 신고에 맞춰 제공키로 한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과 관련해선, 한.미.중.러 4개국이 번갈아가며 매달 5만t씩 중유 45만t을 북에 제공하기로 했다. 나머지 중유 50만t 상당은 발전소 개보수 설비로 지원하되 쌍방 준비가 되는대로 제공한다는 계획도 합의문안에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6자회담 각국 수석대표들은 합의문안을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가 정부의 승인을 받은 뒤 이견이 없을 경우 정식 채택된다. 이럴 경우 정상회담 첫날인 2일 합의문이 공개된다. 합의문 내용에 따라 정상회담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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