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간 불러온 애절한 사부곡(思夫曲)

8일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장에서는 55년간 과일행상 등으로 홀로 5남매를 키우며 남편을 그리워해오다 치매를 앓고 있는 90대 할머니의 사연이 주위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이날 북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러 네 명의 아들딸과 함께 나온 송귀남(95.경북 영주시 휴천동)씨.

북측에서는 10여년 전 세상을 뜬 송씨의 남편을 대신해 북에서 재혼한 남편의 아들 안치옥(49)씨 부부가 나와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이날 상봉에서는 송씨의 유복녀인 막내딸 영숙(55)씨가 헤어진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어머니가 공책과 종이 나부랭이 등에 적은 일기를 북쪽 가족에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오늘 올까 내일 올까 / 주야장천 기다려도 / 소식이 아득하니…1951년 4월 초7일날 / 가가촌촌 등을 달아…마음이 산란하여 / 침석에 누웠더니 / 비몽사몽간에 경숙이 아버지가 / 현몽을 하는 지라 / 아기가 탄생하는 것은 / 여식이 분명하니/ 영숙이라 불러주오…’
전쟁에서 헤어진 남편의 생사를 전혀 알지 못했던 송씨는 남편이 어딘가 살아 있을 것이라는 믿음 속에 홀로 5남매를 키우며 글로 그리움을 삭혀왔다.

남편을 향한 송씨의 사무침은 남달라 지금까지 남편을 호적상 호주로 계속 남겨뒀고 자신의 회갑 잔치를 2년이나 미루면서 연하인 남편의 회갑 연도에 맞춰 남편의 사진을 곁에 놓은 채 잔치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해 11월 송씨는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최근 화상상봉이 성사되면서 자식들은 아버지가 세상을 뜬 사실을 알고 어렵사리 어머니께 털어놨지만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송씨는 남편의 부재를 깨닫지 못했다.

이날 화상상봉장에서도 송씨는 자신을 어머니라 부르는 남편의 북측 아들 치옥씨에게 `아들이라고?’ `아들을 거기서 낳았어?’ `아버지는 언제 집에 온대?’라며 수시로 되물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상봉을 마친 뒤 가족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데 대해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으시는 어머니를 보니 치매에 걸리신 게 차라리 다행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아버지는 이제 안 계시지만 어머니께서 그동안 홀로 우리 남매를 훌륭하게 키우셨다는 것을 북측 가족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