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조치 완화 필요…北 변화로 득실 따져야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강력한 안보’와 ‘단계적 포용’으로 압축시킬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여성대통령은 안보에 약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때문인지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일단 초반기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저강도 도발이나 이명박 정부 첫 해 예기치 않게 발생한 금강산 총격과 같은 사건이 박 당선인의 첫 번째 안보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박 당선인의 도발 불용 입장이 이명박 정부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즉각적 응징’ 카드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주요 관심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이 대통령의 ‘확전 방지’ 지시 진위 논란은 보복과 냉정한 상황 관리라는 정부의 딜레마를 보여줬다. 현재 서해에 배치된 무기체계로 김관진 국방장관이 언급한 도발 원점 궤멸은 불가능하다. 전투기나 이지스함 등을 동원한 합동작전이 불가피하다.


구본학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물론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확전을 감수하지 않으면 응징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평시 작전체계로도 한미연합 지휘체계를 통해 응징에 나설 수 있는데, 결국 대통령이 결심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대북 신뢰프로세스는 과거 유화와 강경정책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은 취하는 균형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북한에 끌려가지 않으면서도 신뢰를 구축하는 지혜도 요구된다. 강경도 유화도 답이 아니라고 하는 만큼 북한의 태도를 간파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중용(中庸)을 잡아야 하는데, 어정쩡한 중도 노선에 그칠 위험성도 있다. 


이번 인수위에서 통일, 안보 분야를 다루는 분과에는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이 간사를 맡고 윤병세 전 외교안보 수석, 최대석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원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 전 장관과 윤 전 수석은 참여정부에서 2차 정상회담을 진행하는데 손발을 맞춘 사이다. 최 인수위원은 대표적인 대북지원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에서 활동했다.


최 인수위원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한 달 뒤 토론회에서 “G20 성공을 위해 북한에 전략적 양보와 정상회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관심사가 분단 관리를 위한 대화와 통합에 집중돼 있다. 최근 북한 신년사에 대해 ‘좋은 징조’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북한 김정은의 대남전략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갖추고 이를 능수능란하게 풀어갈 전문가가 대북정책 라인에 보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북전문가는 “지금 대북라인에 보강돼야 할 사람은 북한 전문가가 아니라 김정은 전문가”라면서 “김정은은 권력교체기에 남한을 상당히 경계할 가능성이 크고, 도발 카드도 가까이 두고 만지고 있기 때문에 냉정하고 효과적으로 이를 풀어갈 인사가 등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대북라인이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 제재조치이다.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인식시키면서, 우리 주도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라고 정부는 평가한다. 


박 당선인은 ‘장병들의 희생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지만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인식이다. 5·24조치의 폐기는 아니지만 북한의 사과가 없더라도 비정치적 방북이나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390억 정도의 인도적 지원 총량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 정부의 대북원칙과 상충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 정부 당국자들은 박 당선인이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차원의 ‘신뢰’에서 큰 변형이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7일 언론 인터뷰에서 “기본 철학이 현 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류우익 장관도 비정치적 분야에서 단계적 해법을 찾아왔지만 북한이 이를 받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박 당선인도 여기서 진화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 정부 원칙 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해법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원칙에 집착하기 보다 북한 내부 변화에 더 주목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은 일본 납치자 문제에 사과를 한 후에 국제적인 비난과 대일관계 악화라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면서 “천안함 의혹을 제기해온 국내 종북세력에 치명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사과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에 연연하지 않고 공세적인 대화나 지원을 확대한다면 원칙을 후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북한 내부 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현 단계에서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높게 잡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남북 간 접촉면은 북한 내부 변화를 촉진시킨다는 관점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간 대화도 남북관계의 부침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배치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단계적 접근을 병렬적으로 분산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이산가족이나 인도적 현안이 한국 정부를 움직이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최 인수위원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북한 신년사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신년사대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얼마나 좋겠나”면서도 “꼭 그럴 것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남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그 안으로 들어오면 대화나 협력을 하겠다는 것으로 기존 태도와 달라질 바가 없는 것”이라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해에는 내치에만 집중했지만 올해는 2년 차이기 때문에 남북문제에도 더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조심스럽게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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