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명 본다면 北에 대한 관심 커질 것”

▲ 22일 개봉을 한달여 앞둔 ‘크로싱’ 김태균 감독과 압구정에 위치한 영화제작사 ‘벤티지홀딩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NK

‘북한의 실상을 고발한 역작’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워싱턴 첫 시사회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영화 ‘크로싱(Crossing)’. 예고편과 주연배우 차인표의 ‘사진일기’ 만으로도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이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탈북자’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국내외 영화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크로싱’의 김태균 감독을 만나 영화가 나오기까지의 우여곡절 어린 사연들을 들어봤다.

22일 김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는 강동원 주연의 ‘늑대의 유혹’, 현빈 주연의 ‘백만장자의 첫사랑’ 등 전작과는 전혀 동떨어진 주제를 택한 그의 무모한 용기(?)가 쉽게 이해가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 홍보 보다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더 진지하게 설명하는 김 감독의 얼굴에서 이 영화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이 ‘탈북자’ 영화를 찍겠다고 결심한 것은 10년 전 우연히 ‘꽃제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난 후라고 한다.

“10년 전에 꽃제비의 모습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그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전쟁이 아닌 지금 상황에서도 배고픔으로 인해 5만 여명의 탈북자들이 지금 이산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신분보장도 받지 못한 상태로 쫓기고 숨어 살고 있다.”

다섯 살, 여섯 살 정도의 어린 아이들이 길바닥에 떨어진 국수를 시궁창 물에 씻어 먹는 모습은 그에게는 충격이자 공포, 그리고 부끄러움으로 남았다. 지난 10년간 그의 머릿 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던 그 어린아이의 얼굴이 지금의 ‘크로싱’을 탄생시킨 원천이 됐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만들려고 하니 두려움이 더 크게 몰려왔다고 김 감독은 털어놓았다. 흥행에 대한 부담, 투자자 확보, 사회적인 반향 등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민거리는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가 지금 뭔 일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고,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 처음에 친구들에게 북한, 탈북자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이거 하면 니 인생 피곤해 진다’, ‘반통일분자로 몰린다’고 말리더라.”

그러나 그에게는 이 영화를 꼭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50년 전에는 ‘우리들의 이야기’였을 용수(차인표 역) 가족의 눈물겨운 사연이 어느새 ‘그들만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남과북의 이 엄청난 간극을 조금이나마 메우고 싶었다는 것.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하지만, 사실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아니 알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한 여러 판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오해 없이 봐줬으면 좋겠다.”

그 때문인지 그가 영화를 제작하며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은 북한을 사실 그대로 그리는 작업이었다. “영화는 사실과 가깝게 재연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가보지 않은 북한을 사진과 글, 인터뷰 등을 통해 재연한다는 것은 쉽지 많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최대한 사실에 근접한 북한을 묘사하기 위해 제작 준비 단계부터 치밀한 시나리오 작업을 거쳤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100여명의 탈북자를 만난 것 같다. 저마다 아픈 사연이 있는데,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울기도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러나 대중 영화로써 ‘크로싱’의 성공에 대해서는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감독 자신도 “불가능한 영화가 나왔다는 반응이다. ‘크로싱’은 대중영화로 만들 수 있는 소재는 아니었다. 독립영화 정도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500만 명 이상 관객이 영화를 본다면 북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국의 젊은 세대가 북한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전체적인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이 있다고 본다. 올림픽에 축구 단일팀을 구성되면 우리는 어느 때보다 응원을 열심히 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 전체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다. 어느 젊은 친구는 영화 예고편을 보고 북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놀랐다는 반응을 영화홍보사이트에 올렸다. 영화의 힘은 강력한 것이다.”

[다음은 ‘크로싱’ 김태균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

-영화를 어떤 이유에서 제작했나?

▲ 영화 ‘크로싱’ 김태균 감독 ⓒ데일리NK

“10년 전에 꽃제비의 모습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그 모든 것이 충격이었지만, 꽃제비가 인터뷰에서 ‘지금은 조국을 배신하고 여기 있지만, 언젠가 북으로 돌아가 미제국주의 놈들과 싸우겠어요’라고 하는 대목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을 정도로 섬뜩했고 충격이었다.

나는 실향민의 자식으로 이산가족의 아픔을 보고 자랐다. 돌아가신 아버님은 할머니와 함께 고향인 함경남도 고원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힘들어 하셨다.

전쟁이 아닌 지금 상황에서도 배고픔으로 인해 5만여 명의 탈북자들이 지금 이산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신분보장도 받지 못한 상태로 쫓기고 숨어 살고 있다. 주권이 미치지 못한다지만 실정법상 우리 국민인데 이들에 대한 조치가 너무 없다. 인권에 대한 것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특히, 먹는 것에 대한 것은 큰일이다.

사실 영화를 만들려고 하니 두려웠다. ‘내가 지금 뭔 일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50여 년 전 ‘우리들의 이야기’였던 것이 언젠가부터 ‘그들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 현실을 생각하며 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작심했다.

친구이자 동생인 한국계 미국인 ‘패트릭 최’가 오래전부터 영화를 만들 생각을 갖고 있었고, 내가 만들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줬다.”

-그렇다면 김 감독이 영화 ‘크로싱’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는 뭔가?

“영화 ‘크로싱’은 가족과 분단에 대한 얘기다. 이 영화를 통해 북한에 대해 이해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음속으로 ‘쯧쯧, 너희들 안됐다’가 아니라 ‘미안하다’는 감정을 가졌으면 좋겠다.

옥수수죽 같은 작은 것을 나눠 먹어도 한 가족이 한 식탁에서 나눠 먹는 게 행복이다. 그런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가를 느끼고, 그런 평화조차 누리지 못하는 슬픈 가족의 고통에 대해 같이 울어줬으면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봐도 좋고, 아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와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한다.”

-영화에서 힘들었던 점과 어떤 부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나?

“잘못된 정보가 가장 두려웠다. 다큐, 사진, 증언인터뷰 등의 자료로 사실을 유추해 대본을 완성했다. 완성된 대본을 본 스텝들의 반응은 ‘30년 전 이야기가 아니야?’, ‘지금도 꽃제비, 굶는 아이가 있냐?’, ‘지금까지 보낸 것이 얼마인데, 왜 굶는 거야?’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에 북한을 두고 있지만,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무척 잔잔하다. 일부러 극화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영화 홍보사이트에 예고편을 보고 올린 평가 중에 ‘슬픈 평화’라는 표현이 있더라. 나도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로서 자연스럽게 반공에 대한 반감이 있다. 그래서 이 영화가 혹시 반공영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됐다.(웃음)

영화는 사실과 가깝게 재연하는 것인데, 북한을 재연하는 것도 어려웠다. 가보지 않은 북한을 사진자료, 글, 증언 인터뷰 등을 통해서만 재연해야 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알면 알수록 그동안 한민족이라고 생각했던 북한이 아주 먼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북한을 알면서 ‘신발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 ‘그렇게 비싼 담배를 누가 사서 펴?’라는 생각에 북한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기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를 준비하며 개인적으로 100여명의 탈북자를 만난 것 같다. 저마다 아픈 사연이 있는데,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울기도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영화계 내부에서의 반응과 평가는 어떤지 궁금하다.

“불가능한 영화가 나왔다는 반응이다. 내가 영화를 20년 했지만, 이런 소재의 영화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크로싱’은 대중영화로 만들 수 있는 소재는 아니었다. 독립영화 정도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받아 보고 OK한 젊은 투자사의 감동과 의욕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현재로서는 영화계 내부에서도 ‘관객들로부터 진짜 관심을 끌 것인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제작 당사자로서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부족한 점도 있지만, 지금까지 어떤 영화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많이 아팠던 영화로 앞으로 관객들과 반응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연기자와 스텝 모두가 영화를 참여하면서 마음 깊이 진정성을 갖고 일했다. 일반영화만큼 개런티도 주지 못했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모두가 일을 마쳤다. 스텝들과 함께 최종적으로 영화를 보고 스텝들로부터 ‘이번 영화 참여에 자부심을 가졌고, 자랑스럽게 느꼈다’는 말을 들었을때 정말 감사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관심이 없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그렇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이 있다고 본다. 올림픽에 축구 단일팀을 구성되면 우리는 어느 때보다 응원을 열심히 하게 된다. 지금까지 북한 전체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었지만, 영화에서 준이(신명철)와 같은 구체적 사실로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게 영화의 힘이라고 믿는다.

젊은 층에게 ‘그들의 이야기다’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다’라는 마음이 생긴다면 힘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어느 젊은 친구는 영화 예고편을 보고 북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놀랐다는 반응을 영화 홍보사이트에 올렸다. 영화의 힘은 강력한 것이다.

500만 명 이상 관객이 영화를 본다면 북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는데

“처음에 친구들에게 북한, 탈북자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이거 하면 니 인생 피곤해 진다’, ‘반통일분자로 몰린다’고 말리더라.(웃음)

영화가 발표되기 전에 정치적인 꼬리표를 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영화가 나오기 전에 기자인 친구에게 10분짜리 트레일러를 보여줬더니 펑펑 울더라. 친구를 그냥 기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북한분야 기사를 쓰고 있고, 지금까지 많은 탈북자들을 만나왔던 북한에 관한 전문가 수준인 사람이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하지만, 사실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아니 알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한 여러 판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오해 없이 봐줬으면 좋겠다.”

-이후 작품 활동은

“영화인으로서 또 새로운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제2의 화산고 같은 영화다.(웃음) 많이 웃을 수 있는 대중영화로 돌아가 재충전하겠다. 정신력과 체력을 회복한 후에 기회가 된다면 아직 다하지 못한 탈북자 이야기를 ‘하드(Hard)’하게 찍고 싶다.

내가 아는 사람은 우연히 탈북자를 만나서 지금은 누구보다 탈북자를 열심히 돕는 사람이 됐다. 그는 마음의 빚 때문에 놓을 수 없다고 한다. 영화를 마치고 적당히 거리감을 두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많은 탈북자 동생들이 있어 결국 나도 도망가지 못할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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