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간 한번도 잊은 적 없어”

“아버지..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50여년만에 TV화면 속에 나타난 아들은 어느새 백발의 노인이 돼 있었다.

1.4 후퇴때 잠시 대도시를 피한다고 평양 집을 나서면서 본 12살 소년이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25일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에서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통해 북에 두고 온 두 아들과 딸을 만난 김익환(87) 할아버지는 연방 눈물을 훔치느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북측 상봉자인 큰 아들 룡선(67)씨는 “아버지를 누가 부양하고 있느냐”고 안부를 걱정한 뒤 “맏이인 제가 모셔야하는데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룡선씨와 룡일(61)씨, 영숙(56)씨 3남매는 김 할아버지에게 각자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북에 있는 며느리와 사위, 손자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아버지, 저희도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습니다.”
“이렇게 본 것 만해도 다행인데 잘 살고 있다니까 정말로 고맙구나.”
자식들은 “아버지 환갑, 칠순 상도 차려드리지 못했다”며 김 할아버지의 생일을 묻기도 했다.

헤어질 당시 젖먹이였던 막내 딸 영숙씨가 “건강하게 오래 사시고 통일되면 꼭 생신상을 차려드리겠다”고 하자 김 할아버지는 “내가 피난와서 50년동안 한번도 너희들을 잊은 적이 없다”며 눈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다.

월남해서 1남1녀를 둔 김 할아버지는 명절이나 집안에 좋은 일이 있을 때 특히 북에 두고 온 자식들 생각이 간절하다고 했다.

화면으로나마 짧은 만남을 가진 김 할아버지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제라도 봐서 다행이다”고 작별인사를 하자 북측의 3남매는 남측의 아버지에게 큰 절을 올리며 마음속 간절한 바램을 전했다.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통일되면 꼭 만나야지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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