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 6월 남북 민간차원의 공동행사가 연이어 개최될 예정이다. 남북 노동단체가 5.1 노동절 서울 공동행사 개최에 합의한 데 이어 6·15공동선언실천민족공동위원회(이하 6·15공동위)는 6·15공동선언 10주년 공동행사 개최에 합의했다.
북한의 노동단체와 6·15북측위원회가 사실상 북한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 왔던 전례에 비춰볼 때 이 시기를 즈음해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남측 민간단체들의 대북정책 전환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조선중앙통신은 6·15공동선언실천민족공동위원회(6·15공동위)가 올해 6·15공동선언 10주년을 맞이해 공동행사를 성대히 개최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6·15실천공동위 남과 북, 해외위원장들은 7~8일 평양에서 회의를 갖고 6·15공동선언 10주년을 기념해 기본대회, 사전전시회, 부문별 상봉, 예술 공연, 지역별 행사 등을 개최키로 합의하고 이를 위해 각각 행사준비위원회를 조직키로 했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가자’고 밝히면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이행을 촉구했다.
공동사설은 또한 “각 계층의 래왕과 접촉을 통하여 협력사업을 추동해나가야 한다”며 “광범한 인민들의 자유로운 통일 론의와 활동이 보장되여야 한다”고 주장해 6·15, 8·15, 10·4 등 을 기념해 남북 민간차원의 행사를 통해 남측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할 뜻을 내비쳤다.
앞서 5~6일 북한 조선직업총동맹(직총)이 한국노총, 민주노총 대표단과 5월 1일 ‘노동절’을 기념해 서울에서 공동통일행사를 개최키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남한 내 친북·좌파세력이 반(反)이명박 투쟁을 선도하며 6·2지방선거에서 이명박·한나라당 심판을 당면목표로 지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 민간행사가 그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의 대남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희망으로 공동행사 성사를 통해 (자신들의) 대남정책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고 인정받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6·15남측위원회(상임대표 김상근)도 앞서 10주년 행사를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성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4일 정기공동대표회의에서 “각 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폭넓은 참여를 통해 6·15 10주년 행사를 국민적 행사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6.15공동행사의 일정, 장소, 규모 등 세부사항은 사항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행사비용과 효과 등을 감안할 때 남측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행사의 성격도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성토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김 교수는 “북한은 우리 정부가 공동행사를 흔쾌히 승낙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에게 남북관계 경색 책임을 넘겨 남한 정부를 압박하기위한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도 함께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추후 협의과정을 지켜본 뒤 공동행사에 대한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실무접촉 등이 추가로 있어야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앞으로 실무접촉이 진행되는 상황들을 보면서 정부입장을 정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 재개 등 북핵문제 진전 가능성과 더불어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등 남북현안문제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정부의 공동행사에 대한 입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