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보다 反민주적인 노무현 정부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소재로 뮤지컬을 제작하고 있던 정성산(鄭成山, 38) 감독에게 정부의 직간접적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 부처에서 ‘수위가 너무 높다’며 표현의 수위를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더구나 극장측이 돌연 대관(貸館)계획을 취소하고, 당초 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펀드도 투자계획을 철회하고 말았다. 극장측과 투자자에 대한 정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의 민주 개혁은 ‘이데올로기 마스크’?

정 감독이 제작중인 ‘요덕스토리’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만 명이 채찍을 맞아가며 14시간의 중노동을 강요 받고, 옥수수 한 그릇과 소금 한 숟갈만으로 하루를 살아가며, 수백수천 개의 돌맹이에 맞으며 처형당하는 비극적 내용이다.

내용의 어떤 부분이 못마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설사 못 마땅한 부분이 있었다 해도 정부가 정 감독 작품의 수위와 내용을 문제 삼을 법률적 근거가 없다.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이자 제도원리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 감독에게 수위조절을 직접 요구하고, 극장 측과 투자자에게 압력을 가한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민주와 개혁을 입에 물고 살았던 노무현 정부였다.

이번 사건은 노무현 정부가 내걸었던 민주와 개혁의 기치가 결국 정치적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이데올로기 마스크’에 불과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스스로 ‘개혁의 대상’으로 규정했던 반민주적이고 불법적인 정치탄압을 버젓이 자행할 수 있단 말인가?

권력을 이용한 협박과 사기 중단해야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탈북자들은 정부기관의 압력에 취약한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철저한 수령독재사회에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체득한 본능 같은 것으로, 정부기관 앞에만 서면 자신도 모르게 생각과 행동이 움츠러드는 것이다. 문제의 모 정부기관은 비열하게도 이점을 노렸다.

정 감독에게 ‘뮤지컬에 김일성 초상화와 북한 노래가 나오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에 걸릴 수도 있다’는 은근한 협박을 했다. 정 감독은 탈북자 출신이다. 남한출신의 뮤지컬 감독이었다면 그런 식의 유치한 협박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뮤지컬의 내용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과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했다니,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우리는 권력을 이용한 정치탄압과 비열한 협박, 유치한 거짓말로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짐승처럼 살아가고 있는 북한정치범들의 참혹한 실상을 은폐하는 노무현 정부식 ‘민주’와 ‘개혁’, 그리고 ‘평화’를 반대한다.

민주와 개혁, 그리고 평화는 자유를 줄이고 인권유린을 은폐하며 민족적 비극을 방치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를 늘이고 인권유린을 고발하며 민족적 비극을 해결한 후에 얻어지는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