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선의 일기⑪] “5일만에 먹는 음식”

▲ 굶주린지 5일만에 처음 먹는 강냉이

강을 건너고 나서 우리는 일단 한숨을 쉬었지만 발끝에서부터 무엇인가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강가에서 우물쭈물 하고 있다가는 중국의 군인한테 잡히고 말 것입니다.

오빠와 나는 둘이서 서로 격려하며 온 힘을 다하여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밭 모양의 땅과 당장 쓰러질 것 같은 낡고 자그마한 집을 발견했습니다. 그 앞으로는 몇 채의 농가가 자리잡고 있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우리들은 마을 사람들한테 들키지 않도록 살짝 그 집으로 다가갔습니다.

열린 문 틈새로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방 안에는 여기저기 성냥개비와 종이조각, 기름과 술병이 흐트러져 있었습니다.

벌벌 떨면서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벽에 걸려있는 강냉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강냉이다…”

먹을 것을 본 것은 5일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우리들은 빨리 불을 피워 강냉이를 하나 하나 불에 그슬려서 꿈인 듯 먹기 시작했습니다. 먹는 동안 오빠와 나는 단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강냉이는 모두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미친 듯이 먹고 나니까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아∼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것이 몇 일 만일까…”

춥고 배가 고파서 몇 일 간이나 잠을 자지 못한 탓이겠지. 배가 불러지자마자 나와 오빠는 모처럼 배고픔 없는 단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묵어가게 해 줄까?

얼른 눈을 떠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중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우리들은 여기까지 오고 만 것입니다. 북조선보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중국 사람들이라고 해서 결코 쉽지는 않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밤이 되기 전에 묵게 해 줄만한 부잣집을 찾아보자.”

좀 원기를 되찾은 우리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저녁 해가 지는 길을 또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두 시간 정도 걸었더니 먼저와 비슷한 농촌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오빠는 날도 저물었으니 그 마을에서 재워줄 집을 찾자고 했습니다.

나도 걸어가는 것에 지쳤던 터라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나 나란히 자리잡은 집들을 보니 하나같이 낡은 집으로 북조선의 농가와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오빠, 재워줄까?”

“응… 어떨까?”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마을 안에서 이리 저리 헤매고 있는데 돌연 어느 집 문이 꽝하며 열리더니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습니다. 우리는 놀라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할머니도 보지 못하던 애들이 서 있어서 놀란 모양으로 우리를 한참 살펴보셨습니다.

`‘혼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우리들은 저절로 몸을 움추렸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할머니는 웃음을 지으며 “이리 오너라”는 듯이 손짓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서워 떨면서도 그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The DailyNK 편집부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