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짜리 꼬마가 환갑이라니…”

“아버지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5살짜리 꼬마가 이제는 환갑이 돼 아버지를 뵙습니다”

28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강원지사에 마련된 제4차 남북 이산가족 화상 상봉장.

반세기 만에 북에 두고 온 외아들 우남(61)씨를 화상을 통해 만난 남측의 이호준(94.춘천시 근화동) 할아버지는 흰머리가 성성한 아들의 모습을 대면하자 벅차오르는 감격을 억누른 채 지난 세월을 회상하듯 눈을 질끈 감았다.

이 할아버지가 황해도 고향 땅의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 것은 아들 우남씨가 5살 때인 1950년 6.25전쟁 직후.

당시 이 할아버지는 인민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국군 포로로 붙잡혀 거제도 포로수용소 생활을 겪었다.

이후 남북 포로 교환 때 이 할아버지는 고향 땅을 밟기보다는 반공포로를 선택, 남쪽에 남게되면서 이들은 서로 생사를 모른 채 반세기를 살아왔다.

“아들아, 그동안 고생이 많았지. 너희 어머니도 이 아비를 원망하지는 않았나 모르겠구나” 남한에 정착한 이후 외로움에 지쳐 재혼을 한 이 할아버지는 북에 두고온 아내의 안부를 조심스럽게 묻고 있었다.

아들 우남씨는 “아버지를 평생 잊지 못하고 수절하면서 지금까지도 살아계시다”며 “몸이 불편해 상봉장에는 오지 못했지만 아버지를 만나면 ‘평생 잊지 못하고 기다려 왔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 했다”고 밝혔다.

반세기 만에 북에 두고 온 아내의 소식을 접한 이 할아버지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날 50여년 만에 만난 이들 부자는 황해도 고향 소식과 남북의 가족 소식을 주고 받으며 2시간여 남짓한 짧은 만남 동안 뜨거운 부자지간의 정을 나눈 채 통일의 그날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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