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권희영 한국현대사학회장./조종익 기자 |
한국현대사 저술서나 교과서가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 성향에 치우쳤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학자 130여 명의 참여로 출범한 학회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한국현대사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높이기 위한 연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그 가운데는 현대사 서술을 재정리한 교과서 발간도 포함돼 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20일 오후 1시 30분 서울교대에서 창립기념학술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권 회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18일 연구원이 위치한 경기도 성남을 찾았다.
권 회장은 먼저 “국민들이 자기 국가에 대한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게 되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다”며 “학자의 중요한 사명인 진실을 알리기 위해 (학회를) 출범하게 됐다”고 출범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현대사학계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을 “이데올로기 편향성과 민족주의 편향성이 집단주의에 함몰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러한 편향성이) 대한민국 국민과 학자들의 역사인식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회장은 역사학계의 편향성은 1980년대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라며, 스탈린식 사회주의 실패가 명백해졌음에도 한국의 인텔리들은 이런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1980년 이후에 386세대가 추종했던 사회주의는 당대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지 못한 이념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현대사학회에 앞서 지난 2008년 좌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바로 잡기 위해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가 발간된 바 있다. 대안 교과서는 초기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학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권 회장은 이에 대해 기존 해석을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이론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편향된 역사인식을 바로 잡겠다는 문제의식에 대해선 지지하지만, 그 방식이 너무나 대극점을 취했다고 본다”며 “사건마다 반응을 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해석틀에서는 호응을 받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남북 분단의 책임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정통성 문제 또한 한국 현대사의 편향성이 드러내는 대목이다. 특히 남한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을 미화하는 역사 교과서 서술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권 회장은 남북한 역사를 왜곡되게 인식하고 있는 주 계층은 ‘486세대들’이라고 지목하면서 “그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정신적 트라우마(외상, 정신적 외상)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486세대들이 대학생 당시 독재적인 성향이 강했던 정부가 들어섰다”며 “이 정부에 의해 탄압을 받고 저항을 하니 마치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던 정부가 역사상 최악의 정부인 것처럼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어 “하지만 사실은 나의 적(敵)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역사상 최악의 적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적보다 그래도 나은 적인지, 역사적·과학적으로 분석을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북한 역사의 현대사적 의미에 대해 “자발성에 기초한 모든 것을 제한하고 있고, 독재에 의해 모든 것을 수행한 북한은 한 국가가 어떻게 하면 실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역사 해석의 편향성은 무엇보다 역사 교육을 받는 어린 세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특히 역사관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진행되는 학습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005년에 전교조 출신의 한 교사가 학생들을 데리고 ‘빨치산 추모제’에 데려갔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부 교사의 편향적 역사 인식이 걸러지지 않은 채 학생들에게 그대로 주입될 위험성이 높다.
이 점에 대해 권 회장은 교사의 본분을 망각한 행동이었다고 질타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판단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교사의 본분”이라며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이데올로기 편향에 따라 학생들을 세뇌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토론과 논쟁을 통한 상식의 확산을 제시했다. “시민적 차원에서는 상식의 확산이고, 학자들 차원에서는 논쟁을 통한 진실의 탐구”라며 “이러한 방식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