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간 헤어진 북한인 남편 만나게 해주세요”

▲ 22일 대한적십자사를 방문해 한완상 총재를 면담하는 레나테 홍 할머니 ⓒ연합

46년 전 헤어진 북한인 남편과의 재회를 기다려온 독일인 레나테 홍 할머니가 22일 명동 대한적십자사 본사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했다. 홍 할머니는 남편 상봉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전날 입국했다.

홍 할머니의 남편 홍옥근 씨는 1954년부터 독일(구 동독) 예나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북한 유학생 신분이었다. 이 대학에서 만나 사랑을 키운 두 사람은 1960년 독일에서 결혼했다. 그러나 1961년 북한 당국의 유학생 소환령에 따라 옥근 씨가 귀국하고난 후 지금껏 만나지 못하고 있다.

홍 할머니는 이후 재혼하지 않은 채 두 아들을 키우며 46년간 남편과의 재회를 기다려 왔다.

이날 홍 할머니는 한완상 총재와의 면담에서 남편의 생존을 확인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는 한편, 하루빨리 남편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한 총재는 “화상상봉을 통해서라도 만남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이것은 먼저 독일 적십자사와 상의해야 한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남편을 상봉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홍 할머니는 적십자사에 마련된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을 찾기도 했다. 화상상봉장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던 중 상봉신청을 하러 온 국내 이산가족들을 만나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기도 했다.

홍 할머니는 “화상상봉 시설들을 보니 너무 감동적”이라며 “직접 만나는 것이 더욱 좋겠지만 화상으로라도 남편을 만났으면 좋겠다”며 애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남편을 만나려고 하는 것은 부부간의 만남이지 정치가 개입된 얘기가 아니다”며 한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인도적인 접근으로 남편 상봉을 성사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날 “남편도 나와 헤어지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안다”면서 “한번도 그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미워해본 적이 없다”며 남편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이어 “나는 아직도 남편을 사랑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면서 “그 원동력은 너무나 잘 성장해온 두 아들”이라고 밝혔다.

31일까지 한국에 머무를 예정인 홍 할머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홍구 전 총리 등을 만나 남편과의 상봉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특히 23일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가진 후 직접 청와대를 찾아가 ‘우리 같은 이산가족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26일에는 강원도 고성군을 통해 금강산을 방문해 남편이 있는 북한땅을 처음 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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