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만에 출전…북한도 뜨겁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가게 된 북한에서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한달 앞두고 축구 열기가 뜨겁다.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핵 문제로 세계에서 고립돼 있는 북한에서도 `전세계인들의 축제’인 월드컵 붐만큼은 예외가 아니다.


북한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로 8강에 오른 잉글랜드 월드컵에 이어 이번이 사상 두번째 본선 진출이어선지 예상 밖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작년 6월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고 귀환한 축구 대표팀을 위해 당.군.정 고위간부들이 총출동해, 평양 순안공항에서 대대적인 환영식을 열었고 시내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인 뒤 평양의 유명 음식점인 옥류관에서 내각 주최 연회를 베풀었다.


또 작년 11월에는 축구 대표팀의 김정훈 감독과 스트라이커 정대세(가와사키 소속) 등 16명에게 `인민체육인’ 칭호, 미드필더 지윤남 등 3명에게 `공훈체육인’ 칭호를 부여했다.


이들 칭호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데, 내각 고위 관료에 준하는 연금 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북한올림픽위원회는 3월29일 연차총회를 열어 북한 체육선수들이 이룩한 최대 성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꼽았다.


당연히 언론 매체들도 `월드컵 띄우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북한 유일의 전국 단위 TV방송인 `조선중앙TV’는 북한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되고 2주 후인 작년 7월4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수천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축하대회를 중계방송했다.


월드컵 열기를 높이는데 가장 적극적인 매체는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인데, 이는 북한 매체들에 비해 훨씬 유연한 이 신문의 평소 보도 태도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신보는 작년 8월 말 북한 축구대표팀을 소개하는 장기 시리즈에 들어가, 본선 진출의 ‘수훈갑’인 골키퍼 리명국 등 매주 한 명씩 골라 상세히 다루고 있으며, 독자들한테는 일찌감치 응원 메시지도 모집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덕분인지 썰렁했던 북한의 축구경기장에도 관중이 몰리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는 일부 경기의 표가 매진되는가 하면 경기 후 선수들을 보려고 경기장 밖에 사람들이 늘어서는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압록강체육단'(전문 체육집단)의 박승진 축구 감독은 지난 1월 조선신보 인터뷰에서 “경기장에 오는 여성들이 많이 늘었고 다른 자리에서도 축구가 자주 화제에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월드컵을 앞두고 2월 하순 개막한 ‘최상급 축구연맹전'(남한의 실업축구 해당)에서도 “격동된 분위기 속에 감독들과 선수들의 경쟁 의식이 이전보다 높았다”고 조선신보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축구대표팀이 2월 말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챌린지컵’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북한 내에서는 ‘좋은 징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선신보는 “3월 1일 우승 소식이 전해지자 김일성경기장에서 최강자급 축구경기를 보던 주민들은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으로 달려가는 듯 환호했다”고 열기를 전했다.


`월드컵 바람’을 타고 축구 전문기자들과 관련 출판물의 주가도 뛰고 있다.


북한 체육출판사가 주 2회 발행하는 ‘체육신문’의 김준송 보도부장(38)은 조선신보 인터뷰에서 “축구애호가는 물론 전국의 공장, 기업소, 농장들에서 대표팀을 응원하는 투고가 수없이 날아온다”면서 “그 중에는 전술적인 의견이나 조언을 담은 것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브라질, 포르투갈 같은 강팀과 붙게 된 것을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북한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와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리는 G조에 편성됐는데, 북한 주민들은 특히 과거 잉글랜드대회 8강전에서 5- 3 역전패를 안겨준 포르투갈에 설욕을 바라는 눈치다.


출판가에도 `월드컵 바람’이 불어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의 주역을 소개한 ‘월드컵이 낳은 명수들'(체육출판사) 같은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조선신보는 전했다.


북한 당국은 작년 말 화폐개혁 이후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축구대표팀에 파격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북한 대표팀은 작년 10월 프랑스 낭트에서 11일간 전지훈련을 했고, 1월초부터는 터키 안탈리아에서 35일간 전지훈련을 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삼남 정은의 `업적 쌓기’에 월드컵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축구대표팀은 작년 6월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겨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김정은 찬양가 ‘발걸음’을 제창하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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