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상봉한 남매 ‘생명’을 나누다

“하루 빨리 회복해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간경화로 투병중인 오빠와 40년만에 상봉한 여동생이 우여곡절 끝에 오빠를 위해 간을 기증한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모(52.대전시 중구)씨는 대전시 서구 둔산동 을지대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이민구교수(간이식팀장)의 집도 아래 최근 상봉한 여동생 최모(47.대전시 서구 도마동)씨의 간을 이식받았다.

이들은 지난 1967년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오빠 이씨는 고향인 대전을 떠나 할머니 댁에 맡겨지고 동생 최씨는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간 뒤 새로운 아버지의 성(姓)을 따르면서 소식이 끊긴 채 40여년을 남남으로 살아왔다.

오빠 이씨에게 ‘간경화’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1998년.

이씨는 “당시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꾸준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보니 간 기능이 악화됐다”며 “죽기전에 단 하나의 혈육인 여동생을 너무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생을 정리하기 위해 지난 2003년 고향을 찾은 이씨는 기억을 더듬어 공주에 살던 사촌 누나를 찾아낸 뒤 수소문 끝에 그해 가을 여동생 최씨와 극적인 상봉을 했으나 기쁨도 잠시 뿐, 이씨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여동생 최씨는 “40년만에 만난 오빠를 살릴 수 있는 길은 ‘간 이식’뿐 이라는 의료진의 말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간을 기증키로 결심했다”며 “그러나 법률적으로 친남매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장기기증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절망했다”고 말했다.

여동생의 성(姓)이 이씨에서 최씨로 바뀌고, 두 남매의 어머니마저 행정착오로 김씨에서 정씨로 바뀌는 바람에 이들이 가족관계임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던 것.

현행 법률은 장기매매를 막기 위해 3촌 이내의 혈연관계만 장기기증이 가능하고, 혈연관계가 없을 경우 장기이식승인 절차를 매우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다.

간 이식이 급한 상황에서 가족관계가 저절로 정리되기만을 기다릴 수 없었던 여동생은 지난 봄 생계를 제쳐 두고 친남매 사이임을 밝히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법원, 법률사무소, 동사무소, 구청 등을 찾아다니며 남매임을 확인하기 위한 서류를 준비한 것을 비롯 친지들의 확인서, 유전자 검사까지 마치고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호소문을 보내 결국 지난달 장기기증 동의서를 받아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5일 9시간여의 대수술을 받은 남매는 간 기능이 정상에 가깝게 회복돼 일반 병실로 옮겨졌으며, 오빠는 거부 반응 없이 정상적으로 간 기능을 회복 중이고 여동생은 지난 9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오빠 이씨는 “큰 결심을 해준 동생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 뿐”이라며 “퇴원 후 건강관리를 잘 해서 도움을 주신 분들께 은혜를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동생 최씨는 “오랜 객지 생활로 고생하며 병마와 싸워 온 오빠에게 간을 제공해 줄 있어 무척 다행”이라며 “오빠의 혈색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을지대학병원은 지난 1월 중부권 최초로 간 이식 수술에 성공한 데 이어 내달 중순에도 세 번째 간 이식 수술이 예정돼는 등 대전.충청권 간 이식 수술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