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6자회담 당사국 입장-러시아

러시아는 지난 9일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정 소식이 나오자 다른 회원국들보다 먼저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공식 성명을 내고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웬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주말에 외무부가 성명을 내지 않는 관례를 고려한다면 이번 6자회담에 대한 러시아측의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자들은 회담에 임하는 미국과 북한 간에 상호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번 6자회담도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 정관계 주요 인사들은 지난 2월 북한의 6자회담 탈퇴 선언 이후 북한의 조속한 회담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미국의 대북(對北) 압박이 잘못됐다는 점을 어느 때보다도 자주 지적해왔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3차례 6자회담에 참석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 대가로 미국이 확실하게 체제를 보장해주고 심지어 주권국으로서 북한이 평화적인 핵개발 프로그램도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러시아는 이같은 맥락에서 4차 6자회담이 계속 연기되자 북한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대북 강압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미국의 변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계속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CBS 방송 프로그램에서 “북한을 교착 상태로 몰고가지 말아야 하며 북한이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 협상 과정에 복귀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두마(하원) 국제관계위원장, 안드레이 코코신 두마 부의장 등도 북한에 확실한 체제 보장을 제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핵 프로그램 포기만을 종용해서는 사태를 풀 수 없다고 누차 지적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 6자회담은 다른 때보다 북한과 미국 간 갈등을 해소하고 6자회담의 실효성을 되찾는다는 차원에서 러시아가 기존의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양측의 양보를 얻어내는 진정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러시아 당국자들이 최근 반복했던 ‘핵포기 대 체제 보장’ 논리를 어느 때보다도 미국측에 적극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언론은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 8일 중국행 비행기 안에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으며 북한을 유엔 회원국이자 명백한 주권국으로 간주한다고 밝힌 것을 대북 압박 완화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제스처로 받아들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또 한반도 비핵화라는 6자회담의 본래 목적 외에 당사국들이 다른 문제들을 제기함으로써 회담의 효율성을 해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북핵 문제만 해도 각국 이해를 조정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특정국이 자기 요구사항만을 줄줄이 나열해서는 회담 성공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6자회담을 통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논의하거나 미국측이 북한의 인권, 민주주의 문제를 거론하려는데 반대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코코신 두마 부의장(CIS위원장)은 최근 “인권이나 민주주의 같은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로 인해 북핵문제가 부담을 받아서는 안된다”면서 “모든 문제들에 집착을 하게 되면 어느 것 하나도 해결할 수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요컨대 러시아는 ▲핵비확산 원칙 준수 ▲북한 체제 보장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존의 6자회담 참가 원칙을 준수한 채 이번 6자회담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측에 보다 많은 양보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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