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6자회담 ‘거품발언’ 핵정국 혼란 초래

▲ 12일 오후 방한하는 힐 차관보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전격 합의한 이후 7월 말 개최되는 4차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기존 입장과 다른 전향적인 제안을 통해 합의안 마련에 힘쓸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나 북한의 핵무장 해제와 대규모 대북 경제 지원을 맞바꾸자는 미국의 제안에 구체적으로 동의하는 응답을 했다고 미국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AFP통신이 11일 전했다.

또한 이날 미 정부 관리들은 북한이 6자회담에서 협상 타결을 위해 새로운 요구를 해온다면 미국도 이에 부응하는 인센티브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위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이 발표 하루 전 미 정부 고위 관리는 “북한은 핵 군축회담 주장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고, 미국은 북한이 그동안 부인해 온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계획을 더 이상 인정하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 ‘고농축 우라늄’ 발언 큰 의미 없어

김 부상의 경제지원과 핵 포기 빅딜 발언은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체제보장과 핵 사찰,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제쳐두고 경제지원과 핵 포기를 맞바꾸겠다는 의미다. 미국이 고농축 우라늄 무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은 제네바 합의 파기를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 보도가 사실이라면 6자회담은 이미 타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나 전문가들은 이번 보도에 큰 관심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미 관리의 고농축 우라늄 불제기 가능성에 대해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발언 전반에 상당한 거품이 있다는 반응이다.

스콧 매클렐런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관련, “미국이 새 유인책을 제안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그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런(미국이 새 유인책을 제안할 것이라는) 인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4차 6자회담 거품발언의 진원지는 콘돌리자 라이스의 아시아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 관리들이다. 이들은 12일 오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은 9일 베이징에서 “(미∙중 양국은) 6자회담 재개는 단지 첫 단계일 뿐이라는 데 동의했다”면서 “진짜 이슈는 이 회담에서 진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협상에 복귀했지만 실질적인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견이다.

힐 방한, 거품발언 해명 이루어질 것

또한 같은날 미 행정부 관리는 “북한이 약속한 대로 6자회담이 재개된 후, 그 회담으로부터 무엇이 나올지 모르겠다”면서, 미국 관리들이 6자회담 재개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고위 관리들의 발언이 4차회담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지만 북-미 양국이 견지해온 핵 협상 전략을 완전히 뒤집는 발언들이기 때문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라이스 장관과 힐 차관보의 방한이 이루어지는 12일 오후 최근 이어진 미 관리들의 ‘거품 발언’에 대한 해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