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면전환’ 타이밍 놓치면 긴장 장기화 될수도

북한이 한미의 대화제의를 명시적으로 거부했지만, 동시에 대화 조건도 내 걸고 있다는 점에서 국면 전환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국면전환을 시도할 명분과 시점을 언제 삼을지 관심이다.


북한이 지속해왔던 긴장 고조 상황이 4월 들어서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하고, 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렸다고 밝히면서 긴장을 고조시켜 ‘전쟁 공포’로 까지 몰고 갔던 것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서는 ‘조절 단계’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긴장 고조가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피로감을 준다는 점에서 몇 개월씩 지속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또 대남, 대미, 국제사회를 상대로 충분한 시위 효과를 얻었고, 동시에 내부적인 명분도 축척했다는 판단에 따라 국면전환을 시도한다고 볼 수 있다.


주한 미군 관계자는 16일 “지난달 중순 이후 역사적으로 북한의 수사적 긴장 고조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면서 “북한 지도부가 강력한 비난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킨 뒤 현재는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단계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다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 도발시엔 냉각상태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당장 대화 제의에 호응하는 자세를 취하진 않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6일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가 먼저 비핵화 의지를 보여줘야 대화하겠다는 것은 우리의 법을 감히 무시하려 드는 오만 무례하기 그지없는 적대행위”라고 반발했다.


다만, 담화는 “대화를 반대하지 않지만, 핵 몽둥이를 휘둘러대는 상대와의 굴욕적인 협상에는 마주 앉을 수 없다”고 말해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 


이날 새벽 최고사령부 명의로 발표한 최후통첩장을 통해서도 한국 정부에 “괴뢰 당국자들이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원한다면 지금까지 감행한 모든 반공화국 적대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전면중하겠다는 실천적 의지를 온 겨레 앞에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4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답변에서 “동결대결 모략책동에 매달려온 자들이 사죄나 책임에 대해 말 한마디 없이 대화를 운운한 것은 철면피한 행위”라며 “앞으로 대화가 이루어진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독수리훈련이 끝나는 이달 말 또는 5월초 한미정상회담 직후 대화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당장은 북한의 반발이 커 국면전환이 쉽지 않지만, 긴장국면 장기화는 북한에게도 부담감이 큰 상황으로 이달 말 종료되는 독수리훈련 이후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개성공단 중단 장기화는 달러 수입 중단뿐 아니라 나선 및 황금평의 해외기업 유치도 어려움을 겪는’이중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시점을 선택, 북한은 항상 그랬듯이 ‘고통 받는 기업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아량을 베풀 듯 빗장을 풀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공단 중단 상황을 버틴다고 해도 다음달까지 버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 이후엔 우리 측의 인도적 지원 재개, 추석계기 이산가족상봉 제의 등의 수순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긴장국면의 장기화를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남북, 미북간 불신이 전례없이 커진 상황이고, 서로가 속마음을 꺼낼 수 있는 물밑접촉이 부재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성명·담화 등을 보면 대화분위기가 아니라는 게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북간 물밑접촉 창구역할을 했던 뉴욕체널도 한동안 가동하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고, 남북간 물밑접촉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7일 국회에 출석, 남북 물밑접촉 여부에 대해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한미정상회담 의제가 북한 핵무기와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 강화 문제로 대화공세 보다는 억제력 강화에 방점을 찍힐 가능성이 높다”며 정상회담 이후 대화국면 전환 가능성을 낮게 봤다. 임 교수는 다만 북한이 올해 농사를 망칠 수 없는 상황에서 5, 6월 전향적으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