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이 보는 광복과 분단-일본

일본 중의원은 지난 2일 본회의를 열어 ’2차대전 종전(終戰) 60주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우리나라의 과거 한 시기 행위가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나라 국민에게 주었던 다대한 고난을 깊이 반성하며 거듭 모든 희생자에게 추도의 정성을 바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은 10년 전 통과시킨 같은 결의안에서 ’식민지 지배’ ’침략적 행위’ 등의 용어가 삭제된 것이다.

일본 중의원의 결의안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일본 국민의 과거사 인식의 평균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을 비롯한 진보 언론과 지식인들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희석된 것이 아닌가 지적했지만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보통 일본인’들에게 과거는 아스라한 기억의 흔적일 뿐이며 ’보통국가’를 추구하는 일본 정부에게도 이미 청산됐거나 당장이라도 벗어던지고 싶은 거추장스런 짐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의 광복 60주년은 그 자체로 일본 정부와 일본인의 관심 사안은 아니다. 최근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 원폭 투하 60년을 맞아 일본 방송과 신문은 회고기사를 다량 생산했다. 하지만 피해국으로서의 일본만이 부각됐다. 가해자로서의 일본은 온데 간데 없었다.

일본이 ’패전’(敗戰)을 굳이 ‘종전’(終戰)이라고 부르는 속내도 가해로 촉발된 기억을 잊고 싶다는 관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과거 지우기’가 ’보통국가화’라는 일본 국가.사회의 슬로건과 맞물려 ’팽창적 내셔널리즘’의 경향을 띠는 것이다. 평화헌법의 개정 움직임과 자위대의 해외파병 등은 대표적 사례이다.

이는 한국과 중국 등 과거 피해국이자 이웃의 입장에서 ’우경화’ ’군국주의’ ’국가주의’로 해석될 만한 움직임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소장파 한반도 전문가인 구라타 히데야(倉田秀也) 일본 교린(杏林)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일본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내셔널리티’가 생겨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일본 사회의 우경화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좌파세력이 현저히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사회가 흔히 얘기되는 ’잃어버린 10년’을 겪는 사이 중국과 한국은 비약적으로 성장한 점, 교과서나 야스쿠니(靖國) 등 역사 관련 문제에 대한 한국측의 반복된 비판 등이 일본 내 ’반한 감정’을 자극한 측면이 ’내셔널리티 현상’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한반도 분단과 통일의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다소 복잡하다. 북한과 남한을 둘러싼 여러 정세가 일본의 국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현재진행형’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분단 자체의 상황 보다는 북핵 6자회담의 추이와 북.일 국교정상화, 한반도 화해의 양상,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목에서 전개되는 중국 및 미국의 개입 양태 등을 주시하고 있다.

진보 인사인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최근 연합뉴스와 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핵문제 해결시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협력을 할 용의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등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라타 교수는 과거 1970년대 일본 조야에는 남북통일에 반대하는 기운이 있었 던 것이 사실이나 현재의 인식은 통일 여부의 ’결과’ 보다는 ’과정’에 관심을 갖는 쪽으로 옮겨졌으며 북한 붕괴에 따른 통일시 한반도는 ’강한 한국’이 아닌 ’약한 한국’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분단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일본은 남북 화해와 통일 과정에서도 일정 역할을 자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2년 북한과 일본 정상 사이에 공표한 ’평양선언’은 그 지렛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양측은 수교협상 과정에서 국교정상화 후 일본이 대북 경제협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놓았기 때문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일본이 수교시 일본국제협력은행을 통해 100억달러 상당을 북한에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학 교수도 100억달러가 하나의 협상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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