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이 보는 광복과 분단-미국

한국의 광복 60년은 곧 미국의 대일 승전 60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미 하원은 지난달 14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항복을 받은 60주년을 기념하고 도쿄(東京) 전범재판 결과를 재확인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이에 앞서 5월19일 하원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하원 국제관계위의 데니스 할핀 아시아담당 전문위원은 일본이 2차대전을 일으킨 히로히토 천왕을 기념하는 공휴일을 제정키로 한 데 대해 “최소한 일본 주재 미국 공관들은 이날(히로히토 기념 공휴일) 문을 열고 일상 업무를 봐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이들 사례로만 판단해선 안된다. 할핀 위원은 “미국의 많은 언론인과 의회 보좌관들이 숨죽인 채 욕하기만 할 뿐 아무도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려 하지만, 나는 해야 하겠다”며 일본의 역사 ‘건망증’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일본을 미국의 대아시아와 세계 전략의 파트너로 삼으려는 “워싱턴의 일부 사람들의 이루지 못할 꿈”을 성토했다.

그렇지만 미국 사회에서 하원 결의와 할핀 위원의 성토는 잔물결도 못 만드는 목소리일 뿐이다.

그보다 “국제사회에서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일본 총리인 것을 아는가.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이 일본과 모진 전쟁을 치른 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데, 적국이었던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와 북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일하는 게 재미있지 않은가”라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생각이 미국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들은 한.중과 일본간 역사 갈등을 시급한 북핵 문제 해결의 장애물에 불과한 ’국내 정치 목적의 민족주의 소동’ 쯤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당시 부임한 홍석현(洪錫炫) 주미대사가 미 조야의 각계 인사들을 한달간 두루 만난 뒤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서 부족한 점은 역사적 관점이 결여된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라트비아 연설에서 “얄타협정은 몰로토프-리벤트로프 협정(독일과 소련간 불가침협정을 통해 각각 발트 3국과 폴란드에 대한 상대편의 지배권을 인정한 의정서)의 불의(不義)한 전통을 답습했다”며 “다시 한번 강대국간 협상에 약소국의 자유가 소모품으로 희생된 것”이라고 자성한 것도 아직은 유럽사에만 해당하는 지적인 셈이다.

문제는 심야에 사령관 부속실에서 딘 러스크 대령(후일 국무장관)이 한반도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소련군의 남하 한계선을 만들기 위해 지도 한장만 갖고 38선을 그었던 것처럼, 한반도의 광복과 분단엔 언제나 미국이 결정적 역할을 했으나 한반도의 운명은 미국의 세계전략적 결정에서 항상 부산물이었다는 점이다.

광복 60주년과 분단을 지나 통일과 광복 100년으로 가는 길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9일(현지시간) “부분적일 것일 것”이라며 “통일은 기본적으로 남북한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통일 한국에 대한 (주변국의) 도발 가능성이나 예상치 못한 도전을 억지하고, 지역안정과 동아시아 공동번영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유재건 국회 국방위원장)”는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동북아균형자론을 둘러싼 논란 당시 한반도 주변 국제환경을 “우범지대”라고 표현하며 “내가 미래를 바라보는 한국인이라면 스스로에게 ’멀리 있는 강대국과 특별한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나, 에번스 리비어 당시 동아태 수석부차관보가 “한미동맹은 한국의 미래가 과거와 전혀 다를 것이라는 보증이자 한국의 독립과 자유에 대한 보증”이라고 말한 것은 한반도 주변 3강과 차별화된 미국의 긍정적 역할을 주지시키고 싶어하는 미국의 의중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남북정상회담 후 한반도 통일 문제가 부각되면서 2002년 나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국의 통일한국 정책 청사진’이라는 보고서는 한국의 완충국으로서 기능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가진 중국, 일본, 러시아에 비해 미국은 한국의 통일에 이해관계가 적다면서도 “미국이 통일 과정과 그후에도 한국의 동맹으로서 지역균형자 역할을 해야 하며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통일의 형태에 따라 국제사회의 개입 수준과 성격이 달라질 것이라며, “평화적 통합 때보다 북한 붕괴 시나리오 때 미국의 역할이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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