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핵심 “북한인식 대전환 시기 왔다”

▲ 16일 열린 ‘新북한바로알기’ 두번째 포럼

80년대 학생운동의 핵심세력이었던 NL계와 주사파 출신들 사이에서 새로운 북한바로알기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은 80년대 ‘북한바로알기’란 캠페인을 통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버리고, 북한 사회를 재평가하려는 노력을 시도한 바 있으며, 그 결과 80년대 학생운동은 급진적 친북좌경으로 흐르게 된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이들은 북한 사회를 정확히 알게 되었으며, 이제는 북한인권운동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당시 이들의 남한 군부독재에 대한 불신과 실망은 남한 사회에 대한 재평가 과정을 거치며 정권의 정통성을 의심하는 결과를 낳게 됐고, 반공교육에 대한 반발, 사회주의 정권에 대한 동경은 자연스레 북한 사회 재조명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김일성 주체사상의 유입과 북한의 대남 선전전략에 따라 남한의 운동권 대학생들은 북한이 인민중심의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남한 사회도 북한 사회처럼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바꿔내야 한다는 북한중심의 통일론을 내세우게 된다.

이들이 바로 80,90년대 남한의 학생운동권을 주도했던 NL(National Liberty,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 친북세력들이다.

물론 대학생들 중에 이런 생각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수가 많지 않았고, 또 중간에 오류를 느껴 그만두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들이 느꼈던 남한 정권에 대한 불신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환멸, 북한을 바라보는 민족적, 감성적 관점 등은 그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의 저변에 자리 잡게 된다.

남한 사회 불신이 북한 동경으로

지난 16일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 주최로 열렸던 ‘新북한바로알기’ 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한 <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윤여상) 허현준 연구위원은 과거 남한 대학생들의 북한인식이 어떠했고, 또 그때 세대가 지금 남한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 허현준 연구위원

허 연구위원은 전북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96년 한총련(한국대학생총연합회) 중앙집행위원장을 지낸 골수 주사파 운동권이었다.

당시 학생운동권들은 남한의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반발로 인해, 통제된 정보 속에서 사회주의 사회를 동경하게 되었으며, 그 중 가장 가까운 사회주의 국가였던 북한에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남한 정부기관의 눈을 피해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선집, 책자, 관련 비디오 등을 보며, 북한은 인민이 주인인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은 북한중심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까지 추종하게 된다.

‘또 하나의 조국’에서 ‘두 얼굴의 조국’까지

허 연구위원은 지금 운동권 중에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과거 이러한 경험을 공유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민족주의적, 친북 반미적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도 한국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친북적 사고를 갖고 있던 그가 북한인권 활동가라는 급진적 변화를 하게 된 것은 94년 북한의 대량 아사기간에 대한 증언을 듣고 난 후라고 한다. 그리고 이후 중국에서 북송된 탈북자 자녀들 40여 명이 모여 있는 보호소를 다녀온 후, 북한에 대한 인식을 전반적으로 수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루이제 린저의 북한 방문기 「또 하나의 조국」이라는 책을 통해 북한은 정말 사람이 소중한 사회, 인민이 주인인 인정 많은 사회라고 느꼈지만, 북한에 유학하여 수령독재사회를 폭로한 리영화 씨의 「두 얼굴의 조국」을 읽고 북한의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로 참혹한 독재국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처럼 북한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뼈아픈 자기 쇄신의 과정을 거친 운동권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386세대들의 새로운 북한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은 사회 전반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과거 운동권 386세대들이 대부분 그 당시 자신의 활동을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현재도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운동권들의 ‘북한바로알기’ 운동은 이후 그 의미가 변질되고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을 양성하는 결과를 남기기는 했지만, 그 시대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했던 젊은 세대들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지금 남한 사회의 문제점은 ‘민족공조’라는 감정적 오류에 빠져 북한 정권에 대한 객관적 관점을 잃었다는 데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아무리 북한 현실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내놓아도 믿지 못하겠다고 이유를 늘어놓는 것은 자신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서만 사고하겠다는 편협적이고 폐쇄적인 관점의 증명 아니겠는가?

지금은 과거 북한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던 젊은이의 열정을 거울삼아, 새로운 북한바로알기 운동을 시작할 때이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진행하는 대학생과 함께하는 ‘新북한바로알기’ 포럼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