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이여, 그대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았네

정치권 386이 몰락했다. 386을 상징하는 전대협 1, 2, 3기 의장이었던 이인영, 오영식, 임종석이 모두 낙선했다. 운동권 더 이상 찍지 말자는 한나라당 후보들의 호소가 먹힌 것이다.

앞으로 386들이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작금의 386 몰락에 대해 그리 억울해 할 필요도 없다. 사실 한국의 386들은 억세게 운이 좋은 세대이다. 동시대 다른 나라의 386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한국의 386과 비견되는 세대로 버마 8888세대가 있다. 1988년 8월 8일 버마 군부 독재에 반대하는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버마는 88년 민주화 투쟁으로 군부의 양보를 얻어내 90년 총선거를 실시했다. 당시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버마 민족민주동맹(NLD)은 82% 이상의 지지로 압도적인 승리를 이루었다. 그러나 버마 군부는 이 선거를 무효화했다. 선출된 국회의원 중 100여명 이상이 구속되었다. 버마의 8888세대들도 대거 구속되고 국외로 추방당한다. 이 버마의 386들은 지금까지 20년 동안 버마 민주화를 위해 투옥되고 해외 망명객으로 지내고 있다.

중국의 6.4 천안문 세대도 처지가 비슷하다. 당시 중국 민주화 시위는 북경을 포함해 중국의 주요 도시 대부분을 포괄했다. 왕단(王丹) 등 당시 민주화 투쟁을 주도했던 인사들에 따르면 대략 2000여명의 희생자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희생에도 불구하고 6.4 천안문 세대에게 중국 민주주의 봄은 멀기만 하다. 대부분이 미국, 캐나다, 유럽의 망명객으로 어렵게 지내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386들은 어떠한가? 부모 세대들의 희생으로 일구어낸 경제성장으로 대학 교육의 열매를 따먹었다. 기실 80년 민주화 운동도 속으로는 사회주의, 반미 친북주의가 주류였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386들의 민주화 공을 더 크게 인정해 주었다. 게다가 10년 동안 여당 노릇도 하고 노무현 정부 때에는 권력의 핵심에 진입하여 국가 경영에 참여해보는 행운도 누렸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민주-반민주, 개혁-반개혁 투쟁 전선은 시효를 다했다. 한국 사회에서 386 민주화 투사들의 시대적 소명은 이제 끝이 난 것이다. 그래서 386들은 그리 억울해 할 것이 없다.

그럼, 이제 민주주의 세대로서 386들은 할 일이 없는가? 아니다. 있다. 386들은 국가사회 운영에는 실패했지만 대중 운동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데는 성공한 세대이다. 또 한국의 386들은 87년 민주화 승리 이후 대거 시민운동에 투신하였다. 386들의 헌신으로 한국의 시민사회는 전 세계적 기준에서 볼 때도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즉 386들은 민주화 투쟁과 시민사회 개척에 있어 강점이 있는 것이다.

386들은 이런 자신들의 장점을 한국을 넘어 전 세계 독재 치하에 있는 국민들을 위해 사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가까운 아시아만 보아도 버마, 파키스탄, 이란, 그리고 북한, 여전히 빈곤과 독재 치하에 신음하고 있다. 민주-반민주 전선이 여전히 유효한 나라들이다. 중국, 베트남은 그나마 경제가 성장하고 있으나 소비자 운동, 환경 운동, 시민 소양 교육 운동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민주주의기금(NED)이나 영국의 Westminster House는 세계 민주주의, 시민사회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들이다. 이들의 활동을 벤치마킹 할 수 있다.

다만 386들이 세계 민주주의, 시민사회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종북주의, 사회주의의 낡은 이념을 떨쳐 버려야 한다. 그 대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의식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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