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은 국제여성의 날이다. 북한은 이날을 다른 국가명절과 함께 공휴일로 지정, 가부장적인 북한에서 ‘3·8부녀절’은 여성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남성들이 아내를 위해 손수 음식을 만들어주거나 선물을 사주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가부장적인 북한에서 이런 문화가 생긴 것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부터이다. 국가배급제가 붕괴되자 여성들이 시장에서 장사를 통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여성들의 지위 상승은 물론 가치관이 변했다. 또 가장이 출근을 안 하면 법적 처벌이 뒤따르기 때문에 가족의 생계 책임이 여성으로 옮겨오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3·8부녀절을 위한 북한 남성들의 하루 일과는 계층에 따라 다르다. 일부 당 간부들과 권력계층의 부류에 속하는 남성들은 ‘체면’때문에 집안일을 돕기보다는 고가(高價)의 선물을 사주거나 비싼 음식재료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반면 일반 서민 가정의 남성들은 권력계층과는 다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성격이 자상한 일부 남성들은 3·8부녀절 전부터 아내 몰래 목걸이, 신발, 시계 등 비교적 저렴한 기념을 준비하기도 하고, 특별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전날 장을 보기도 한다. 장사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아내를 위해 3·8부녀절 하루만큼은 남편들이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집안일에서 자유로워진 여성들은 이날에는 대체로 친구들이나 인민반별로 한 곳에 모여 놀이를 즐기거나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낸다. 여성들끼리 모여 가사 일도 하고 선물도 마련해 준 남편들을 서로 칭찬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는 것.
탈북자들에 따르면 3·8국제부녀절에 남성들이 여성들을 위해 손수 음식을 준비하고 선물을 마련하는 문화가 발전하면서 여성들도 이제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성들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입국한 한 탈북 남성은 7일 데일리NK에 “3·8부녀절이면 아침 일찍 집안청소는 물론 서툰 솜씨로 음식을 만들고 선물까지 주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어머니와 아내의 모습이 생각난다”면서 “생활이 어려워도 여성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려면 남편들이 최선의 다해야 하는 날”이라고 전했다.
한편 북한 매체들도 그동안 세계여성의 날인 3·8부녀절에는 여성의 역할과 사회적 지위가 상승한 데 대한 선전을 대대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