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北어부, 진짜 고달픈 하루인생

북한의 소형어선 <사진 연합뉴스>

“기름사정이 긴장되어(부족하여) 자주 바다에 못나가고, 그물질에 빠져 죽어도 그저 본인의 부주의였구나 한다…….”

중국 왕칭(汪淸)현의 한 식당에서 만난 송정길(가명•38•함남출신)는 북한 신포수산사업소 소속의 어부다.

북한에서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선원’을 자청하는 사람들이 부족하여 노동당이 앞장서서 청년들을 선동했다고 한다. ‘당은 부른다, 청년들은 바다로!’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때로는 제대 군인들도 강제로 배치하여 배를 타게 하였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농업생산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전체 경제가 무너지게 되자 뱃사람이 되겠다고 줄을 서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라 전체에 궁핍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시절, 팔뚝만한 고등어를 한자루씩 집에 챙겨오는 뱃사람은 온 동네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때 송씨도 ‘뱃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원래 뱃일이 험하고 고되니까 지원자도 별로 없고 국가에서도 신경을 좀 써주는 편이었지. 내가 제대하고 선원기능훈련을 받을 때만해도 6개월동안 국가에서 로임과 배급을 보장했줬거든. 그런데 가만보니까 일이 좀 힘들어도 개인이 챙길 수 있는 몫이 있더란 말야. 그래서 뱃사람이 되기로 했지.”

농업이나 광업은 연초에 생산목표를 세우고 연말이 되면 지배인들이나 초급당 비서들부터 강도 높은 ‘총화’를 해야하지만 수산사업소의 경우 ‘못 잡았습니다!’라는 한마디면 모든 것이 마무리 되었다고 한다. 특별한 외화벌이 품목을 제외하고는 말단 선원들까지 조금씩 자기 몫을 챙기는 것이 수산사업소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는 하루하루 삶이 아주 고단해졌다고 하소연한다.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화교와 뱃사람은 굶어 죽지 않는다는 말이 나돌았지. 하지만 요즘은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 더 팍팍하단 말이야.”

90년대 후반 디젤유가 부족해지자 대형 어선들의 출항이 멈췄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어선들이 연근해에서 마구잡이 식으로 고기를 끌어 올렸다. 점차 고기가 줄고, 고기를 못잡는 배들은 기름을 구하지 못해 항구에서 녹슬기 시작했다. 빈곤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가까운 바다에서만 그물질을 하니까 고기들이 많이 없고, 몇마리 잡아봐야 수산사업소 지배인에게 떼이고, 기름타다 쓰는 군대나 외화벌이 사업소 일꾼들에게 떼이고, 선주가 자기몫 챙겨가면 어떨 때는 빈손으로 집에 가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출항 절차는 대략 다음과 같다. 원칙적으로 바다에 한번 나가려면 일곱 가지 문건을 준비해야 한다. 선박등록 및 운항증서, 바다출입증, 수산부업 작업반 등록증, 어구사용 허가증, 연안 영해 이용허가증, 군수동원 확인증, 배 기술 자격증 등 문건만 한 묶음이다. 문건준비가 끝나면 수산사업소의 검열을 받게 되는데 배의 번호판, 명찰판, 신호깃발, 호루라기, 가시방망이(바다에서 적군을 만나면 때려잡기 위한 방망이), 작살(바다에서 적군을 만나면 때려잡기 위한 도구), 쐐기 기름병 등이 검열 품목이다. 규정에 맞지 않거나 부족하면 출항이 취소되기도 한다. 물론 연료와 장비, 인력배치는 모두 선주의 몫이다. 7.1경제조치 이후 일본이나 중국에서 자금을 만들어와서 자기 돈으로 선박을 수리하고 연료를 보충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인 선박의 주인이 되었다고 한다.

송씨는 독한 중국술(白酒)을 단숨에 들이키며 이렇게 말했다.

“배라고 해봐야 연료 때문에 큰 배는 못 다니고 조그만 고기잡이 배들이나 다니는데, 길이 한 6-7m나 될까? 너비가 1m 조금 넘는 작은 목선에 중국의 소형 디젤기관을 올려놓은 것이다. 그걸 기관선이라고 한단 말이야. 한배에 4-5명이 타고 그물을 끌고 오려면 온몸이 그대로 녹초가 된다. 비라도 내리면 그냥 그 비를 견뎌야 한다. 한밤중까지 그물을 칠 때도 있다. 재수없이 그물 당기다가 바다에 빠져 죽어봐야 그저 본인의 부주의였구나 하고 끝난다. 누구도 노동안전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끝내 송씨에게 남한 노동자들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작별을 나눠야 했다. 남한 대기업 노조의 ‘노동귀족’이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며 외치는 노동가요를 송씨에게 들려준다면 그는 과연 부러움을 느끼게 될까 분노를 느끼게 될까?

중국 옌지 = 김영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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