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외교문서…’남한인권’ 목소리 北인권 침묵 아이러니

▲30일 외교통상부가 공개한 외교문서 ⓒ외교통상부

외교통상부는 30일 제13차 외교문서 공개를 통해 30년이 지난 1975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1천206건 11만7천여 쪽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서에 의하면 1970년대 중반 미국은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던 것으로 밝혀져, ‘북한 인권’ 문제가 이슈가 된 지금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한다.

특히 한국에 비판적이었던 앨런 그랜스턴 상원의원은 “정치범에 대한 고문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고문과 인권탄압을 지적하고 “야당 인사들의 보다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허용할 것”을 남한 정부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은 한국전쟁 20주년인 1975년 6월25일 “한국의 통제된 언론, 정부 전복세력에 대한 가혹한 조치, 행정부에 권력을 집중시킨 긴급조치를 옹호할 수 없다”고 미 상원 연설을 통해 주장했다.

이렇게 70년대 미 의회에서 앨런 그랜스턴, 제시 헬름스 같은 자유주의 성향의 의원들이 한국의 야당 인사 탄압과 인권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면, 지금은 북한 인권법안을 발의한 샘 브라운백(공화당) 의원 등이 ‘북한 인권’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때의 인권탄압과 북한정권의 처참한 인권유린을 동열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만, 과거 남한의 인권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던 인사들이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현실은 아이러니다.

반면 히탐 퐁 상원의원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불완전하고 유치한 단계에 있으나 공산주의보다는 대단히 좋은 것”이라며 박정희 정권을 두둔하는 발언도 있다.

“75년에도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논란”

또한 1975년에는 주한미군을 한반도 이외의 분쟁 지역에도 파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제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미국의 더몬드 상원의원과 스콧 상원의원은 74년 12월28일부터 75년 1월10일까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9개국을 순방한 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병력과 정책’이란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는 “주한미군을 타 지역에 배치한다는 점과 한국에 영구히 주둔할 수 없다는 점을 한국인에게 경고해야 한다”면서 “주한 미 2사단을 태평양군사령부의 비상대기 병력으로 지명하고 때때로 2사단 병력 일부를 훈련을 위해 다른 태평양 지역에 배치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에 한국정부는 “주한미군을 기동예비군(swing forces)화 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으나 미 2사단이 기동성 있는 부대로 개편되면 동시 다발적인 분쟁이 생겼을 때 북한의 기습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우려했다.

한편 1970년대 중반 미국 의회에서 제기된 주한미군 철수론은 미국이 중국과의 화해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과 대만에 대한 미국의 과도한 군사적 개입이 대중(對中)화해 정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주당 원내총무였던 마이크 맨스필드 상원 의원은 1975년 초 작성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화해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주장하면서 “미국은 서태평양 지역 방위계획에 너무 깊숙히 개입했으며 거액이 소요되는 군사원조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천 기자 pyc@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