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회동 무산…북미회동 파장 분위기

중국측이 11일 밤 일본 도쿄의 자국 대사관에서 열려던 북한· 미국·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간 비공식 회동이 무산되면서 성사 여부를 놓고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북미접촉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중국이 이미 북한측과 몇차례의 양자 접촉을 가진 뒤 제안한 회동이었기 때문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6자 회담 재개의 열쇠를 쥔 북한과 미국의 수석대표가 마주앉는 자리는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도쿄회의를 계기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자 대표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지만 회담 재개에 최대 장애가 되고 있는 북한과 미국의 수석대표는 대화는 커녕 수인사 조차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 해제와 조건없는 6자회담 복귀를 주장하는 양측의 주장이 접점을 찾기 보다는 평행선만 치달은 결과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왜 미래를 위해 중요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경제 및 국제사회의 지원 보다 BDA에 있는 2천400만달러를 중시하는 지 모르겠다”며 재차 북측의 주장을 수용할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반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0일 ‘조건없이 6자회담 복귀’라는 미측의 주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인식, “그렇게까지 해서 만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 BDA에 대한 선(先)금융제재 해제 요구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북한과 미국이 이처럼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 ‘기(氣)싸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양측의 간극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은 BDA에 대한 금융조치로 인해 예기치 못했던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판단에 더해 과거 북핵 해결 우선 대북 정책에서 벗어나 인원, 마약.불법무기 거래, 돈세탁과 위조지폐 등 불법행위, 재래식무기 등 북한이 안고 있다고 지적해온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북한은 앞서 언급처럼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로 인해 의외로 큰 아픔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이런 배경에서 힐 차관보를 비롯한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최근 들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다른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북한은 미국측에 선 금융제재 해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지난해 9·19 공동성명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했던 ‘경수로 지원 문제’에 대한 언급도 현재 자취를 감췄다.

그만큼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자세한 내막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이 11일 갑작스럽게 북·미·중 3자 수석대표간 비공식 회동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북·미간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며민간이 주최하는 이번 도쿄 대회에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모두 참여한 것도 이를 위한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날 북·미·중 3자 회담의 무산을 계기로 나머지 국가들의 북미간 간극 메우기 노력은 ‘역시나’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이날 회동 제의에 앞서 북중, 한미, 북일, 한.미.일 등 다각적인 양자 및 다자 접촉이, 그것도 일부는 반복해서 이뤄졌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회 본회의 마지막 날인 12일까지 북미 접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은 여전히 남았다.

힐 차관보는 11일 “6자회담 프로세스를 진행시키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논의중”이라고 했고 비록 이날 북.미.중 3자회동 무산으로 색이 약간 바래기는 했지만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역시 “기대를 가져도 좋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당초 12일 낮 1시께로 예정했던 귀국 시간을 이날 오후 10시로 늦춰 잡은 것도 기대를 버리지 못하게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북측의 ‘불법행위’에 기인한 것이 기정사실로 인식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의 핵심은 북한 측의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즉, ‘조건없이 6자회담에 복귀한 뒤 다른 문제를 논의한다’는 북측의 선택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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