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북미 뉴욕접촉과 BDA회의

제5차 북핵 6자회담 2단계 회의 보다 하루 늦은 19일 시작될 것으로 알려진 북미 양국간 BDA 실무회의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제재를 둘러싼 북미 간 공식 논의는 이번이 두번째.

지난 3월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미국 뉴욕을 방문해 캐슬린 스티븐스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자금지원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 등을 만나 BDA 문제를 논의했다.

뉴욕 접촉은 북한 외무성이 그에 앞서 2월9일 “국제적인 반자금세척활동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미국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성사됐다.

당시 접촉에서 북한은 “BDA 금융제재를 풀지 않고서는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상황에서도 금융제재를 풀려는 나름대로 ‘창의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바로 미국과 위폐문제를 논의할 ‘비상설협의체’의 구성을 전격 제안한 것.

특히 북한은 위폐문제와는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미국이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면 제조자를 붙잡고 종이, 잉크 등을 압수한 뒤 미 재무부에 통보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북한은 또 금융제재가 실시된 이후 현금으로만 무역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토로하면서 미국 은행에 북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 APG(아시아태평양 자금세탁방지기구)에 우선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미국은 뉴욕 접촉 직후 재무부 성명으로 “많은 현안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정도의 언급만을 내놓았을 뿐 북한측의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재무부 성명을 통해 사실상 미국은 “금융제재는 6자회담과 무관하며 국내법에 따른 기술적 조치”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못박음과 동시에 핵문제와 금융제재는 별개라는 메시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결국 뉴욕 접촉 이후 BDA 문제는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고 급기야 북한은 중국의 적극적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하는 ‘벼랑끝 전술’로 치달았다.

문제는 북미 양국이 11월 28∼29일 이틀간 15시간 가량 접촉하고 핵문제와 BDA 문제를 포함한 양국 현안을 논의한 뒤 6자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는 했지만 이번 금융실무회의에서 쉽게 접점이 찾아질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우선 이번 회담에 앞서 지난 16일 자신들의 요구를 ‘선결적인 제재 해제’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변화’로 압축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요구는 사실 지난 2월 북한 외무성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요약한 것으로, 지난 3월 뉴욕 접촉 역시 이의 연장선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당시 외무성은 “우리가 금융제재 해제를 그토록 중요시하는 것은 그것이 바로 미국의 정책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징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BDA 회의는 9.19 공동성명을 도출했던 제4차 6자회담을 연상케하는 부분이 있다.

경수로 제공을 ‘신뢰 조성을 위한 물리적 기초’로 간주하고 경수로 제공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진정성을 확인하고 싶어 했던 북한의 협상 전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금융제재가 해제되지 않았음에도 기존의 입장을 틀어 6자회담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금융제재를 대북적대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처럼 금융제재 해제를 미국과 신뢰구축의 전제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BDA 회의에서 모종의 해법이 도출되지 않는 한 BDA 회의는 물론 6자회담 자체도 돌파구가 쉽게 마련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회담장 주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