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중 ‘北核합의’ 안되면 ‘모멘텀’ 상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불이행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의 돌파구를 마련을 위해 이달 중 미북 간 비공식 접촉이 개시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과 북한은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된 절충안을 모색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北京)이나 서방의 제3국에서 비공식 접촉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9일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북핵 6자회담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해 절충안을 찾을 경우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진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장기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소식통은 “북핵 ’10∙3 합의’ 이행시한을 넘긴 상황에서 한동안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하지 않았던 중국이 최근 신고 절충방안으로 내놓은 안(案)은 미북 양측의 입장을 나란히 병기하는 형태의 공동성명 형식의 문서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내용이 충실할 경우 미국 내 강경파들의 불만도 잠재우면서 북한의 입장도 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6일 “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다 지나고 있기 때문에 3월에 타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신고 모델로 ‘상하이 코뮈니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이미 1972년 미국과 중국간에 있었던 ‘상하이 코뮈니케’를 참고로 하는 신고 절충안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미국은 ‘수용 가능’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 처럼 북핵 신고 시한과 관련, ‘3월’로 못박은 것은 올 연말 치러지는 미 대선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게 대다수 외교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즉, 이라크 문제를 비롯한 중동 문제에 대한 일정한 진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동안 대북정책의 방향을 선회하면서까지 공을 들였던 북핵 문제 해결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업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적어도 3월 중에는 핵 신고 방안이 타결돼야 폐기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모멘텀을 되살릴 수 있다는 계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지난 5일 남은 임기 동안 주력할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북한 문제’를 꼽은 것에서도 알 수 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매케인 의원의 선거 유세를 어떻게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미국의 안보와 이라크에서의 성공, 북한과 이란 문제에 대한 대응, 평화유지 차원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세계의 여러 현안을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미국측은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비롯, 비핵화 3단계인 핵 폐기 로드맵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과 별도의 회동을 갖는 방안을 집중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달 22일 대북 중유 지원 2차 분도 선적을 마친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이 의장국 중국의 절충안에 동의하고 미북 회동에 임할 경우 중국은 구체적인 6자회담 재개 수순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회동하더라도 ‘핵 프로그램 신고’ 절충안에 서로 합의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은 2차 북핵 사태의 핵심인 우라늄농축 문제를 비롯한 핵 확산 의혹을 신고 내용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은 관련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북한이 최근 이명박 정부에 대해 ‘보수집권세력’‘독재정권의 후예’라고 칭하며 대남공세를 시작했고, 한미 간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등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7일 “한미연합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 실시가 6자회담에 전적으로 배치된다”면서 “미국의 반공화국(반북) 전쟁연습 강화 책동으로 한반도의 긴장 상태와 미∙북 군사적 대결이 격화되면 6자회담 과정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한국의 인권개선 촉구와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것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과거에 비해 격렬한 반응도 아니다”며 “북한이 한-미, 미-북 간 관계를 경색국면으로 만들 가능성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유 교수는 북한이 4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보고 6자회담 등에 대한 자신들의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북한으로서는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미북 간 협상 계기가 있다면 당장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유 교수는 “뉴욕필 평양공연 등 미북간 문화교류가 있었고, 미국이 북한에 지원할 중유에 대한 선적도 끝난 상황에서 미북 간 대화 재개에 특별한 걸림돌은 없다”며 “미북간 대화가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