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만 아사했는데, 좌-우 왜 따지나?”

▲ 12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막한 ‘제4회 북한인권국제대회’ ⓒ데일리NK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제4회 북한인권국제대회’가 개막됐다.

북한 ‘공개처형’과 ‘종교 자유’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는 이번 대회는 이탈리아의 중도좌파정당에서 파생한 NGO ‘초국적 진보당(Transnational Radical Party)’과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공동 주최했다.

이탈리아 로마 중심지에 위치한 ‘다국적 진보당’ 건물에서 열린 대회에는 유럽과 미국, 한국의 정부와 의회,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엠마 보니노 유럽담당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 정권은 ‘독재의 길’을 가고 있는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정부나 비정부기구들은 독재정권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초국적 진보당도 이탈리아 국회의 일원이 되었으므로 국제문제에 책임성을 가지고, 민주주의 체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 공개처형- “北인권 참상 극히 일부분”

토론에 앞서 지난 해 3월 함경북도 회령에서 촬영된 북한 공개처형 동영상이 상영됐다. 세리지오 델리아 이탈리아 하원의원은 “이 같은 동영상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을 위해 한층 노력해야 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간헐적으로나마 국제사회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큰 희망이 된다”며 “김정일 독재정권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고, 정권 붕괴만이 북한인권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공개처형 위험에 놓여있는 것으로 알려진 손정남 씨(평양거주)의 동생 정훈 씨(탈북자. 2002년 한국 입국)는 “보위부에 끌려가 고문 끝에 유산한 형수를 보고 형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탈북까지 시도했지만, 다시 북송되었다”면서 “이후 남한에 정착한 나와 연락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 위기에 까지 놓이게 됐다”며 정남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정훈 씨는 “공개처형 동영상은 북한인권 현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북한 정부는 외부사회의 인권 언급이 북한을 비방하려는 술수에 불과하다고 선전하지만, 유럽에서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탈북자 정미숙(가명) 씨는 배가 고파 삼촌을 따라 중국에 갔다가 인신매매단에 붙잡혀 헤이룽장(黑龍江)성 산골마을에 팔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정 씨는 “탈북여성들이 나처럼 성노리개 감으로 팔려 다니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 종교자유- “주체사상 믿지 않을 자유라도 있어야”

국제사면위원회 전 미국지부 대표인 데이비드 호크 씨는 해방 이후 남북분단을 거치면서 북한에 종교가 어떻게 자리 잡았으며, 주체사상 및 김 씨 일가의 우상숭배로 인해 북한 사회 내에 종교가 어떻게 변질되었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천주교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도회 김현욱 총회장은 “바티칸은 2000년을 대희년으로 선포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이 죽어가는 동안에도 방관자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참회고해를 했다”며 “한국 가톨릭 교회도 바티칸이 그랬듯 더 크게 후회하기 전에 지금 바로 북한인권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박요셉 사회국장은 “현재 북한은 일반 국제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수준의 종교의 자유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 주체사상을 안 믿을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토론이 끝난 후 종합토론 시간에는 한 참석자가 “지난 해 평양을 방문했었는데, 그다지 체제 억압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며 “오늘 회의에서 언급된 이야기들은 우파세력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초국적 진보당’ 마테오 메카치 대표는 “우리가 말하는 북한에 대한 정보는 우파세력의 입장이 아니라, 국제인권단체 및 유엔이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말한 것”이라며 “진보당은 창립 시부터 억압으로부터 희생당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있었다”며 북한문제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근본입장에 따른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 ‘북한인권비난결의안’ 채택, 이탈리아 정부에 제출

김현욱 총회장은 “3백만 만 명의 주민의 굶어죽었다는 사실은 좌우, 진보와 보수의 시각차이로 달리 읽혀질 성질의 내용이 아니다”며 “북한이 지난 주 7개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돈이면 북한 주민들의 10년 치의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참석자들은 이 날 토론된 내용을 정리해 총 6개항의 ‘북한인권비난결의안’을 채택하고, 이를 이탈리아 정부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연계해서 진행되야 하며 ▲ 공개처형 제도는 폐지 되야 하고 ▲ 중국 정부가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며 ▲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재단을 설립해 대북방송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르코 파넬라 유럽의회 의원은 폐막 연설에서 “유럽의회 의제로 북한 문제를 상정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기독연대 엘리자베스 바싸 국제이사는 “국제사회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속도가 느리기는 하나 점차 높은 차원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김정일의 개인 범죄행위에서부터 납치자 문제에 이르기까지 각종 조사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13일에는 참석자들이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이탈리아 고위 정부 관리들, 로마 바티칸 고위 관료들과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

로마= 권은경 특파원
정리/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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