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는 어떻게 진행될까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로 일단 비핵화 2단계는 사실상 매듭단계에 들어섰지만 다음 단계에 가서도 현재의 기류가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은 비핵화 2단계를 매듭지으면서 핵폐기 로드맵 마련을 위한 협상에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현재의 6자 수석대표회담은 물론 외교장관급에서 협상을 벌여 3단계의 지향점 등을 제시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3단계 협상의 성패는 비핵화 3단계의 핵심인 핵폐기에 대한 지향점을 놓고 북한과 미국이 같은 생각을 갖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북한의 의중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분석들을 종합해보면 일단 북한은 미국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설정한 핵협상의 1차 한계선을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및 폐기로 보고 있다. 이미 핵실험까지 한 상황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면서 미국과는 새로운 전략적 협상 및 관계를 지향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 1기 때 대북 특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지난 4월 평양을 방문한 뒤 북한이 비핵화 3단계에 가서도 핵무기 등을 폐기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며 영변 핵시설 해체를 현 단계 협상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국무부 등이 즉각 프리처드 소장의 전언에 불쾌감을 피력하기도 했지만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북한의 핵신고서에는 분명 핵무기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있다.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핵무기까지 처리하기는 어렵고 3단계에 돌입해서 적절한 시점에서 핵무기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은 나아가 미국이 현재 핵무기 보유국인 이스라엘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우리도 그렇게 지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동등한 ‘핵보유국 지위’를 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북한이 핵개발을 한 근본원인이 미국으로부터의 체제보호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확고하고도 철저한 체제보호 약속(불가침 조약 또는 평화협정 등)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3단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확실하게 위험성이 노출된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동안 생산한 핵물질과 ‘핵무기(핵 폭발장치)’를 북한 땅에서 반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6일 영국 방문중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생산한 핵물질을 공개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폐기하기 위해 미국 등에 넘겨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구(舊) 소련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던 우크라이나로부터 핵무기와 핵물질을 인수받아 폐기 처분했던 이른바 ‘우크라이나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구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핵시설 폐기를 위한 지원방안을 담은 1992년의 `넌-루가 법안’에 따라 모두 16억달러 규모의 정부예산을 투입, 수천 기에 달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핵탄두와 미사일, 잠수함과 폭탄 등을 제거해 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폐기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미국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데다 수천기에 달하는 핵무기를 폐기한 우크라이나와 소수의 핵무기(또는 핵폭발장치)만을 보유한 북한을 단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미국측 구상의 실효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 경제적 지원 외에 미국이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을 위해 어떤 카드를 제시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북한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현재 2단계 협상의 마무리에 협조하고 있지만 3단계 협상에 접어들면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비핵화 2단계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상대방의 신뢰성을 거론하면서 시간을 지체할 경우 3단계 협상은 본궤도에 진입하기도 전에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임기 말에 몰린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 카드를 적절하게 제시할 수 없을 경우 북한은 아예 차기 미국 정권과의 협상을 기다리는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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