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체류 탈북자 입국…가족 “서울구경 시켜줄께”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영사관에서 3년간 체류해 온 국군포로 가족 등 탈북자 4명이 지난 1일 극비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3명은 국군포로 故 백종규 씨의 둘째딸 백영옥 씨와 외손자 이강민(17) 군, 외손녀(21) 이일심 양이다. 나머지 1명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제3국으로 추방하는 형식으로 출국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4명은 현재 탈북 경위 등에 대해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 씨의 첫째딸 영숙 씨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동생의 입국 소식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뉴스를 통해서 알았다”며 “3년 동안 기다리며 속이 탔는데, 이제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나오면 제일 먼저 아버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아버님 고향에도 데려갈 것”이라면서 “아직 동생과 조카가 대한민국이 얼마나 잘 사는지 모르니 지하철도 태워주고 서울 구경도 시켜줄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의 한국행은 지난달 26, 27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탈북자 문제에 많은 배려와 관심을 갖고 한국 측 입장을 존중해서 원만히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 내 외국 공관에 들어온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한국행을 묵인해오다 2008년부터 북한의 반발 등의 이유로 한국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중국은 2008년 일본 대사관에 집입한 탈북자 5명의 출국을 허용하면서 “앞으로는 공관에 탈북자를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일본측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한국 정부에도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탈북자 문제는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중국이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후 주석은 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과 관련, “위성 발사는 옳지 않다. 북한 정권은 민생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며 다소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중국의 탈북자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은 여전히 탈북자들을 경제난으로 탈북한 ‘비법(非法) 월경자’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탈북에 따른 북한붕괴에 대해 중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탈북자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이들의 입국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는 중국 내 공관에 있는 나머지 탈북자들의 입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과 중국 당국의 외교적 입장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보부서 당국자도 “중국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배려해 이같은 조치를 한 것인데, 언론에 공개돼 중국 정부가 상당히 불쾌해 할 것”이라면서 “향후 탈북자들이 입국하는 데 지장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