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발생한 멜라민 분유 파문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선 이미 지난 2005년에 중국산 분유를 먹은 영·유아들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었던 것으로 24일 뒤늦게 밝혀졌다.
북-중 무역업자들에 따르면 ‘북한판 중국산 분유 파동’은 2005년 여름 평양에서 시작됐다. 당시 중국산 분유를 수입해서 먹던 가정에서 갓난아이들이 의식을 잃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른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는 것.
한 무역업자는 “중국 분유 제품의 유해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2005년 북한에서 중국 분유로 아이들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중국산 분유 파동이 일면서 북한 전역에는 중국 식료품에 대한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았다”고 전했다.
그는 “평양에서 중국산 분유로 유아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북한 당국이 조사에 착수, 사용된 분유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중국?분유에 대한 수입을 즉각 중단했다”며 “그러나 당시 북한과 중국 간에 분유 문제를 둘러싸고 어떤 공방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 분유뿐만 아니라 중국산 소시지도 반입 금지 품목에 포함됐었다”며 “이는 중국산 소시지를 먹은 사람들이 집단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중국산 식료품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중국 제품 불매와 체제 안보에 이용하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남쪽 안기부(현 국정원) 일당이 중국산 분유에 유리 조각을 넣어 우리 아이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중국산 소시지나 과일을 먹으면 배앓이를 하고 심하면 여성의 경우 유산을 하거나 임신을 못하는 병에 걸린다며 중국산 식료품을 먹지 말라는 대(對) 주민 선전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유포한 이러한 주장 이외에도 여러 소문들이 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강도 내부 소식통은 24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중국산 밀가루에서 낚시바늘이 무더기로 나왔다’‘중국제 옷을 입으면 몸에 이가 생긴다’‘중국산 고춧가루와 맛내기(조미료)에는 구더기가 득실거린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교양 등을 통해 ‘이러한 사건 배후에는 한국의 안기부가 있다’고 선전했다”고 밝혔다.
한 북중 무역업자는 “당시 북한에 들어간 제품들이 대부분 최저가였기 때문에 제품의 질이나 유통기한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별 문제가 없었는데도 이런 소문이 항간에 계속 돌았다”고 말했다.
이런 소문에도 불구하고 북한 장마당에서는 중국 식료품들이 여전히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최근 내부에서 촬영된 평성 장마당의 모습은 중국 제품 일색이다. 물론 분유 수입 제한 조치도 유야무야 된 상황이다.
중국의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세계 각국이 앞다퉈 중국산 유제품에 대한 리콜과 수입 금지에 나선 지금 북한 당국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 총리까지 나서 사과한 마당에 ‘남한 안기부 공작’이라는 주장은 더 이상 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 사무국의 폴 리슬리 대변은 “올해 1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사업으로 중국에서 탈지분유 300t을 사들여 이 탈지분유로 만든 영양과자와 국수, 그리고 기타 가공식품이 북한주민들에게 공급됐다” 고 24일 RFA에서 밝혔다.
리슬리 대변은 “최근 자체조사결과, 이 중국산 탈지분유는 애초 멜라민이 검출된 22개 중국 업체들에는 포함되지 않은 중국 분유회사에서 구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멜라민이 첨가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 북한에 중국산 탈지분유 가공품이 남아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