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가 애연가…김정일 “차라리 피우다 죽겠다”

서울시가 금연거리 계도기간을 마치고 1일부터 본격 단속에 나섰다. 일부 흡연자는 이 사실을 모르고 단속을 당해 낭패를 보는 일이 잦다고 한다. 처음엔 영문도 몰라 단속에 나선 공무원과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포착된다. 


이곳 남한 사람들은 거리 금연에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지만 이러한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이다. 금연구역이 점차 늘어가면 결국 공공장소에서 흡연자를 구경하기도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태료를 부가하는 강제 방식뿐 아니라 전국 보건소 마다 금연센터를 설치해 금연 노력을 돕고 있어 흡연율도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지난달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었다. 198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담배의 폐해를 경고하는 차원에서 재정한 이 날이 26년째를 맞는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흡연공화국’인 북한에서도 이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WHO 관계자들과 중앙기관, 사회단체 일꾼들, 근로자들이 참석해 ‘금연의 날’ 행사를 열었다.


북한은 흡연율이 높지만 금연정책은 제자리 걸음이다. 북한의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이 52.3%로 아시아 최고 수준이고, 매일 흡연하는 성인 남성 비율도 53%로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다음이라는 WHO 보고서가 있다. 


북한에서는 모든 길거리와 주요 공공시설 어디에서도 흡연이 가능하다. 식당, 공원, 심지어 사무실, 극장, 대중 집합 장소 등에서도 자유롭게 흡연할 수 있다. 열차 객실에는 ‘담배를 피우지 맙시다’라는 팻말이 붙어 있지만 이를 무시하는 흡연자가 많다.


이러한 문화는 흡연이 일종의 접대 문화로 유지되고 간접흡연의 해로움에 대한 인식 부족과 관련돼 있지만, 통치자들이 애연가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김일성은 늘 담배를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이었다.


현지지도 영상물에서도 협동농장 농민에게 담배를 쥐어 주는 장면을 소개하며 ‘자애로운 인민의 어버이 모습’이라고 칭송한 적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본 따 간부들 사이에서도 아래 사람에게 담배부터 권하는 문화가 생겼고, 마치 ‘인민적인 사업 작풍’으로도 평가되는 분위기였다.


김정일은 주민들에게도 대단한 애연가로 소문났다.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담배회사인 대성담배공장에서 생산된 시제품은 김정일이 직접 피워보고 이름을 정해 줄 정도였다고 한다. 


한때 건강문제로 담배를 끊었던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은 금연정책을 대차게 밀어부쳤다. 그러나 이것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점차 회복하자 ‘죽더라도 담배를 피우겠다’며 담배를 다시 찾았다. 


김정은 시대에도 북한은 선전매체를 통해 금연 프로그램을 제작해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홍보와 현실은 여러 모로 차이가 있다. 김정은도 군부대 현지지도시 탁자에 재떨이를 놓는 것을 보면 담배를 즐기는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에서 담배는 간부들을 만날 때 건네는 ‘인사치레’로 여기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당, 인민위원회 간부들, 보안, 보위, 검찰 일꾼을 찾아갈 때엔 남녀노소 응당 담배 한 보루를 가져 가는 것을 풍습으로 여긴다.


남자들 끼리 담배를 권하고 나눠 피우는 것도 풍습으로 굳어졌다. 노동자, 농민들은 대체로 종이에 말아 피우는 독초, 말아초가 유행인데 값이 싸고 독하기 때문이다. 담배 수요가 많다 보니 농촌에서는 집집의 텃밭과 모든 농장 밭에서는 현금수입이 좋은 담배 농사를 짓고 있다. 


또 자체 외화벌이기업의 담배공장이 많고 위조담배, 수입담배의 반입과 외화벌이를 위한 수출이 활발하다. 북한에서는 대표적으로 대성담배공장, 룡성담배, 평양담배, 룡봉담배, 회령담배, 청진담배공장이 있다. 여기에 평안남도 대동군에 밀집한 가짜 담배공장처럼 생계와 돈벌이 목적의 개인생산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담배공장 지배인들과 결탁한 거간꾼들이 공장에서 빼낸 원자재로 만든 제품도 성행되고 있다. 시장(장마당)에서 판매자와 구입자 사이에 가짜담배 때문에 잦은 충돌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흡연, 담배 유통을 막을 정책도 의지도 없다. 그 결과는 통일 후에 흡연에서 비롯된 각종 질병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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