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남북공동행사 결국 무산…시선은 ‘남북경협’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월 1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정부가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추진해왔던 남북공동 기념행사 개최가 결국 무산됐다.

통일부는 21일 “(정부는) 가급적이면 공동행사를 하자는 쪽으로 여러 가지 협의해왔지만 오늘 북측에서 3·1절 공동 기념행사가 어렵겠다는 것을 공식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북측은 이날 ‘시기적으로 행사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담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조명균 통일부 장관 앞으로 보내왔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을 통해 3·1절 100주년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북측에 여러 차례 제의하고 이에 대한 북측의 답변을 기다려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그동안의 협의 계기에 공동행사 개최가 상황상 쉽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결국 이날 공식적으로 전통문을 보내와 시기적으로 공동행사를 준비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3·1절 직전인 이달 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북측은 공동기념행사를 치를 여건이 충족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관련한 남북의 역사적 인식차도 공동행사 개최 불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동안의 협의 과정에서 남북 간 임시정부에 대한 역사적 인식과 관련해 사전 논의가 충분히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3·1절 공동행사를 이후에 치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는 3·1절 관련 행사를 연기하는 방안은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3·1절 100주년 당일인 내달 1일에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개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다만 정부는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사업 등 남북 간에 추진 가능한 여러 기념사업들에 대해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테라스에서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사진= Kevin Lim/THE STRAITS TIMES

한편,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영철의 방미 그리고 비건의 방북 등을 통해서 북미 상호 간에 상대 측 입장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졌다는 측면이 상당히 중요하고 서로 상대에 하고 있는 것들이 협상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측면이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나 이번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 인식하고 있고,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 올 상황이 굉장히 어렵고 다시 이런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의 긍정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재차 드러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제재완화나 평화체제 관련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어떻게 담기느냐는 것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의제가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공동선언에 담긴 4개항의 구체적 이행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 정상은 당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전사자·실종자 유해 발굴 및 송환 등을 담은 공동선언에 서명한 바 있다.

일단 정부는 경제건설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강한 만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이 당장 제재를 해제해도 될 만큼의 확실하고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려워,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제재의 ‘해제’가 아닌 ‘완화’가 상응조치로 논의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2016년 2월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사진=연합

특히 정부는 북미 간 합의를 바탕으로 제재 완화가 이뤄질 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도 함께 논의될 수 있다고 보고, 실제 국제사회와도 상응조치 차원의 남북경협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남북 정상 간 합의(평양공동선언)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조건 없는 재개’를 언급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관한 북미 합의를 토대로 남북경협을 우선 추진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중심으로 보자면 결과가 나오고 그것이 남북관계가 계속 발전해나가는, 업그레이드되는 그런 계기로 되지 않을까하는 측면으로 보고 있다”며 “3월 들어서게 되면 북미 합의를 토대로 남북 간, 당국 간 대화나 여러 행사들이 본격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정부 내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자연스럽게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재방문이나 판문점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방안보다는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김 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하는 순서로 북측과 협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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