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합의에 北 인권개선 ‘4가지 계기’ 숨어있다

▲ 2006년 북한 장마당을 떠도는 꽃제비 어린이 ⓒ일본 니혼TV

현재까지 국제사회는 인권 문제에 대해 북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는 크게 3가지 영역에서 제기되었다. 하나는 국제 시민사회이고, 다른 하나는 유엔인권위와 총회이며, 마지막 하나는 유럽 일부 나라들이 북한 당국과 진행한 인권 대화이다.

북한은 국제 시민사회의 인권개선 목소리에 대해 그것은 북한에 대한 모략이며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해 왔다. 유엔에 대해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유엔은 비팃 문타폰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지명하였지만 북한은 인권 보고관의 활동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또 북한은 스웨덴, 영국 등 유럽의 몇몇 나라들과 인권 대화를 진행해 왔으나 이 나라들이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렛대가 없어 성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인권이란 것은 보장해야 할 주체가 필요하고 그것은 해당국 정부일 수밖에 없다. 북한 인권의 실질적 진전이 있기 위해서는 북한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인 것이다. 때문에 북한인권 개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북한 당국을 인권 대화로 견인하며 나아가 강제할 것인가, 그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소식은 6자회담 2.13 합의 이후에 북한 당국이 인권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계기들이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인권 개선 세력들은 이 다양한 계기들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4가지 정도의 계기들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북 당국 인권대화 견인 4가지 계기

하나는 미-북 수교, 일-북 수교이다.

냉전이 해체된 후 특히 미국, 유럽 국가들의 수교는 수교 당사국의 인권 개선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인권 개선은 수교의 전제 조건으로 될 수도 있고 수교의 연계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스웨덴, 영국은 수교의 연계 조건으로 인권 문제를 다루었다. 그래서 수교 이후에 당국 간의 인권 대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같은 나라는 수교의 전제 조건으로 인권 개선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북한은 프랑스와 수교를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인권 개선을 대북 수교의 전제 조건이라고 공개 천명하고 있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수교의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미-북, 일-북 수교 논의가 본격화될수록 북한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책임있는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 계기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다.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인권 의제는 필수 포함 사항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1974년 헬싱키 협정 또는 헬싱키 최종 의정서(Helsinki Final Act)이다. 또 1990년대 초반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과테말라가 포함된 중미 평화협정에도 인권 조항이 포함되었다.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내전 문제를 다룬 1991년 파리협정에도 인권 문제가 들어 있으며 전 유고 연방, 동티모르 등의 분쟁을 해결하는 평화협정에도 인권 의제가 포함되어 있다.

사실 본질적 의미에서 평화체제란 전쟁을 예방한다는 소극적 평화를 넘어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적극적 평화 체제를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평화협정에 인권 문제가 핵심 의제로 포함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반도 평화협정에서도 인권 문제는 반드시 다루어져야 한다.

세번째 계기는 6자회담 내 하나의 실무 그룹인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그룹 내에서이다.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란 동북아판 헬싱키 체제와 유사하다. 현대 평화체제에는 인권 문제가 필수적으로 포함된다는 경향에서 볼 때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논의에도 인권문제는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네 번째 계기도 마찬가지로 6자회담 실무 그룹의 하나인 경제, 에너지 협력 분과에서이다.

북한은 제도적인 면에서 볼 때 여전히 전체주의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 활동과 관련된 기본적인 인권이 대부분 결여되어 있다. 가령 노동권, 직업 선택의 자유, 노동쟁의권, 자유 계약 체결권 등 경제 관련 기본 인권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때문에 경제, 에너지 협력 분야에서도 관련된 인권이 논의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북한은 아무리 회피하려고 해도 스스로가 국제사회로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오려면 당국간 인권 대화는 반드시 거치고 넘어 가야할 관문이다. 북한 당국이 인권대화에 나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 주어진다고 했을 때, 이제 우리들은 북한 당국이 인권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 강제 위해 중국 협력 얻을 전략 필요

이 전략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은 북한을 인권대화 참여와 더불어 합의된 사항을 어떻게 준수하게 할 것인가이다. 여기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6자회담 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은 북한을 6자회담을 깨지 못하도록 하는 방패의 역할을 했다. 당국간 인권대화의 틀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중국은 마찬가지로 북한이 이 틀을 깨지 못하게 예방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 내에는 구소련처럼 내부 야당 세력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자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외부 국가 중에서 북한의 실질적 압력을 가장 강하게 가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라는 사실은 주지하는 바이다.

때문에 우리는 인권의 많은 의제 중에서도 중국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의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분야의 인권 의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경제 개혁, 개방과 관련된 인권 분야이다. 중국은 등소평이 개혁개방 드라이브를 시작한 이후 일관되게 북한으로 하여금 개혁개방할 것을 권유한 바 있다. 중국은 경제의 개혁, 개방과 관련된 인권 부분에서는 아주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대북한 인권 대화 우선 순위를 경제 개혁, 개방과 직결된 문제, 즉 이동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에 맞출 필요가 있다.

동시에 반인륜적 인권 탄압 사안들도 중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즉 정치범 수용소의 연좌제, 태아 강제 유산, 법외 공개 처형 등은 이제 중국에서도 과거의 유산으로 폐기되었다. 따라서 이들 사안에서도 중국의 지지를 얻어낼 가능성이 높다.

이제까지 북한인권 문제는 주로 시민사회의 전유물이었다. 이것이 북한 인권 운동의 1단계라면 북한 당국의 인권 대화 참여는 북한 인권 운동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 인권 운동 단체들은 이 2 단계를 주도적으로 맞기 위한 전략을 잘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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