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40일’…평양은 지금

북핵 2.13합의 후 한 달 만에 재개됐던 6자회담이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 송금 지연으로 휴회하는 진통을 겪었지만 평양은 지극히 평온한 분위기를 보였다.

김일성종합대 과학도서관 전산망 가동식 참석차 지난 22일부터 3박4일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참관단과 함께 방북한 기자가 둘러본 북한의 모습은 남쪽의 여느 봄날과 크게 다름이 없었다. 다만 한 달도 남지 않은 김일성 95회 생일(4.15) 경축 행사 준비로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군중들이 곳곳에서 바쁘게 연습하는 것이 남쪽과는 다른 북측의 봄날 모습 중 하나였다.

◇6자회담 언급 신중..곳곳에 ’경제’ 구호 = 평양의 일반 시민들은 휴회로 끝나고 만 이번 6자회담 소식을 알지 못하는 분위기였고, 남쪽 참관단을 맞은 대남사업 일꾼들도 회담 휴회 배경에 대해 지극히 말을 아꼈다.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6자회담 질문에 “구체적인 얘기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좋아지지 않겠냐”고 반문한 뒤 “조미 관계정상화는 큰 흐름에서 응당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정책 변화는 우리의 의도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관계 정상화 속도가 최근 빠르게 이뤄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놀라울 것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방북 기간 만났던 대부분의 북측 인사들은 북미관계 등 향후 전망에 대해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좀 더 지켜보자”고 즉답을 피했다. 일부 인사들은 남쪽 여론은 어떤지 되묻기도 하는 등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관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해 10월 핵실험 후 평양 시내 곳곳에 내걸렸던 핵 관련 구호가 자취를 감춘 데 이어 최근 북미관계 개선과 함께 북측 관계자의 ’반미 발언’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관계자들은 다만 ’핵 대결’이 미국의 탓임을 거듭 강조하는 정도였다.
핵구호가 사라진 자리에는 ’올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혁명적 전환을 일으키자’와 같은 구호가 내걸려 올해 경제강국 건설에서 일대 전환을 일으키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 대남사업 관계자는 “지금은 경제 사정이 어렵지만 좋아지고 있다”면서 “미국의 금융제재로 힘들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하고, 면역도 생겼다. 올해 경제 전망은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석유) 문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면서도 미국과 관계개선이 이뤄지고 발목을 잡았던 외부 제재가 풀려나가는 것은 “예상했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관광상품 질ㆍ서비스 높여 외화벌이 적극 = 북한이 올해 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는 외화벌이 상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외부 관광객이 자주 들른다는 평양 중구역 영광거리의 민예전람실에는 관광 상품의 종류가 크게 늘었으며 제품 포장도 예전보다 화려하고 견고해졌다.

이곳의 직원들은 “이전에 비해 상품의 종류가 많아졌다”면서 “큰 물건은 호텔까지 따로 보내준다”고 말했다.

민예전람실을 포함한 평양 시내 상점에서는 유로화는 물론 여전히 달러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으며, 작은 물품으로 잔돈을 대신하고 서비스 음료까지 비치하는 시장경제의 냄새가 풍겨나는 ‘센스’를 발휘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북한을 자주 방문하는 남측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관광상품의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종류를 다양화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양거리 밤낮 모두 밝아져 = 2년 전 기자가 방북했을 때보다 평양의 건물들은 요즘 ‘회색 단벌’을 벗고 노랑, 파랑, 녹색 등 도색 작업을 한창 진행해 거리에 한층 생기가 넘쳐 보였다.

북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평양은 몇 년 전부터 거리 단장에 박차를 가해 중심가 대부분의 보도 블록을 교체했으며 주요 건물의 내부 바닥재도 대리석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건물 색상은 노란색에서 파란색, 연두색 등으로 다채로웠다. 북측 관계자는 “이런 작업(도색)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건축 자재 조달에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남쪽 참관단은 “주민들의 표정이 밝고 옷차림도 밝아져 한층 여유가 있어 보인다”면서 “평양이 지난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직후의 긴장감에서 벗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평양의 변화는 밤에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외부로부터 에너지 지원이 줄어들면서 불빛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야경이 올 들어 점점 밝아지고 있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전문가는 “최근 평양의 아파트나 공공 건물에서 백열등을 콤팩트 전구로 교체하면서 전력손실을 줄이고 밤 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건물이 크게 늘었다”며 “동평양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연기도 이전에 비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식량사정이 일부에서 염려하는 것처럼 매우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함께 방북한 다른 전문가는 중심가의 상점이 영업 후에도 실내 등을 켜놓는 경우가 많았으며 호텔의 정전 사례도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 이후 나름대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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