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2단계 순조롭게 이행될까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가 20일 마무리된 가운데 2.13 합의 이행 국면이 핵시설 폐쇄를 담은 초기단계에 이어 2단계인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로 넘어가고 있다.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이 이번 수석대표 회의에서 확인한 `불능화 단계’ 이행의지가 9월초 차기 6자회담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세부 이행계획 관련 합의로 연결될지 주목되고 있다.

만약 2단계 이행방안 협의에서 시간을 끌게 될 경우 연내 불능화 단계를 마무리짓는다는 목표 달성은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2단계 협의에 대해 낙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이번 회기에서 합의 이행에 시간을 끌 의사가 없음을 거듭 확인했고 나머지 참가국들도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 등 상응조치 이행에 성실히 나서겠다는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기에서 보인 북한의 태도가 다른 어느 때 보다 진지하고 실무적이었다는 점을 당국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회기 동안 2.13 합의의 틀을 깰만한 새로운 요구를 강하게 내세우지도 않았고 불능화 단계까지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이 제공하게 돼 있는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을 어떻게 받기 원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실무적 태도로 일관했다는게 회담 당국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 장기화로 인한 협상 피로감이 우려됐던 미국도 연내 불능화를 전제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등 관계정상화 관련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뜻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한 것도 낙관론에 큰 힘을 싣는 대목이다.

그리고 납치문제에 최우선 순위를 둔 채 중유 95만t 상당의 상응조치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일본이 이번 회기내 6자가 모인 자리에서 납치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것도 고무적이었다.

이 같은 낙관론 속에 각 참가국들은 8월 실무회의에서 불능화 및 신고의 세부 이행 방안, 대북 상응조치 제공방식,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로드맵 등에 대강의 합의를 이룬 뒤 9월 초 6자회담에서 신고 및 불능화 이행에 대한 합의문을 도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회담에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지뢰’들이 곳곳에 매설돼 있어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불능화’의 개념규정부터 핵프로그램 신고차원에서 논의될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보유 의혹 규명, 보유 핵무기의 신고 문제 등 북한과 나머지 참가국간 이견을 빚을 수 있는 이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UEP문제의 경우 미국이 최근 핵무기 제조 목적인 `고농축 우라늄(HEU)’이란 표현 대신 중립적인 `우리늄 농축’이란 표현을 쓰면서 다양한 논의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막상 협의에 들어가면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고 보는 신중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또 북한이 `완전한 신고’라는 2.13합의 내용을 존중, 신고 대상에 보유 핵무기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관련국들의 기대대로 움직일지도 현재로선 장담키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김 부상은 21일 평양으로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생각을 좀 해보면 알게 되겠다”며 애매한 답변을 했다.

애매한 답변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는 “지금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것은 현존 핵계획”이라고 강조, 일단 불능화 및 신고의 대상은 핵시설에 국한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핵프로그램 신고 논의 국면에서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아직 `물음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변수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심각하게 꺼내지 않았던 경수로 카드를 불능화 단계 협의과정에서 갑자기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 부상은 21일 기자들에게 “영변 핵시설을 해체하려면 경수로가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뉘앙스상 경수로를 불능화 다음 단계인 해체 단계의 조건으로 연결해 놓긴 했지만 북한이 불능화 논의 단계에서 경수로 제공에 대한 5개국의 약속을 미리 받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일각의 분석이다.

특히 경수로 제공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폐기 문제와 연결짓고 있는 북한의 기존 입장으로 미뤄 미국과 경수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은 현재까지 북한이 핵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한 이후 경수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북한이 조기 논의 착수를 요구하고 나설 경우 상황이 어렵게 전개될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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