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해남도에서 쌀값을 임의로 대폭 올려 폭리를 취한 혐의를 받는 양곡판매소 책임자들이 도(道) 인민위원회에 소환됐으나 별다른 처벌 없이 현장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지역 내 식량 유통을 떠받치는 대형 돈주인 데다 도내 간부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사건이 유야무야 마무리됐다는 전언이다.
28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송화군과 재령군, 은률군, 룡연군 등 4개 군의 양곡판매소 책임자들은 쌀 판매 가격을 임의로 크게 올렸다는 이유로 지난 19일 도 인민위원회에 긴급 소환됐다.
이들 양곡판매소는 지난 1일부터 쌀 1kg을 5만 6000원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중 쌀 가격이 1kg당 5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 이상 비싼 가격이다.
특히 일부 판매소에서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12시간 동안 이 같은 가격으로 쌀을 대량 판매했으며 며칠 사이 판매 가격을 최고 6만원까지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주민들의 신소가 도 당위원회에 잇따라 제기됐고 결국 해당 양곡판매소 책임자들이 도 인민위원회에 불려가 조사를 받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19일부터 20일까지 1박 2일 동안 지정된 장소에 분리 수용된 상태에서 사상 총화와 자기비판을 하고 비판서를 작성했다.
도 인민위원회는 이들에게 크게 네 가지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도내 다른 시(市)·군(郡)에서 쌀 1kg이 통상 5만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는데도 지난 1일부터 가격을 5만 6000원으로 일방적으로 올렸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이 가격을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 소매가가 아니라 상인들의 대량 거래에 적용되는 이른바 ‘도매가’로 책정하면서 주변 시장의 쌀값 상승까지 부추겼다는 점도 문책 사유에 포함됐다.
국가의 승인 없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판매소 문을 열고 쌀을 대량으로 판매한 점과 이후 가격을 1kg당 6만원 선까지 추가로 올려 수급 불안을 키웠다는 점도 문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초 예상됐던 강도 높은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소식통은 “책임자들이 비판서를 몇 장 쓰고 사상 총화를 한 뒤 다시 자기 판매소로 돌아갔다”며 “처음에는 크게 문제 삼을 것처럼 했지만 결과적으로 별일 없이 끝났다”고 전했다.
이는 문제의 양곡판매소 책임자들이 단순한 국가기관 책임자가 아니라 사실상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판매소를 운영하는 돈주들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개인 자금으로 양곡판매소 시설을 마련하고 다른 지역에서 쌀을 확보해 들여오는 자체 유통망을 구축한 데다 판매소 직원들의 임금까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북한 일부 지역에서는 양곡판매소의 명목상 관리 주체는 국가기관이지만 실제 곡물 조달과 판매에는 개인 돈주와 장사꾼들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판매소가 시장보다 먼저 곡물 가격을 올리면서 주변 시장 가격을 끌어올리는 사례도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을 강하게 처벌하거나 양곡판매소 운영에서 배제할 경우 해당 지역의 쌀 공급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 인민위원회와 사법기관도 적극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돈주들이 도내 간부들과 오랫동안 경제적 관계를 맺어온 점도 사건 처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소식통은 “도 간부치고 이 4명의 돈주에게 신세를 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며 “이들이 손을 떼고 양곡판매소 문을 닫으면 시·군 전체 식량 유통망이 당장 흔들리는데 누가 이들을 교화소에 보내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국가가 양곡 유통과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한 양곡판매소가 민간 자본과 유통망에 의존해 운영되면서 당국 역시 가격 질서를 어긴 운영자를 강하게 처벌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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