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받은 옷만 만드는데 “새 도안 내라”…현장선 “실효성 없다” 불만

함경북도, 경공업공장들에 ‘군중도안창작집’ 참가 지시…일반 노동자들도 도안 제출해야 해 골머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12월 21일 전날(20일) 배천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함경북도가 도내 경공업공장들이 참가하는 소비품 도안 경연을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 측에서 주문한 의류만 생산하는 공장에도 일률적으로 새 도안 제출을 강요하면서 현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과제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북도 인민위원회는 지난 4일 시·군 인민위원회를 통해 경공업 생산 단위에 오는 17일까지 ‘군중도안창작집 경연’을 위한 새로운 도안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번 경연은 3분기 사업총화의 일환으로 진행되는데, 각 공장은 기술자와 기능공뿐 아니라 일반 노동자들에게까지 소비품 도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청진시의 경공업 공장들의 경우 작업반마다 기술자가 1~2명 정도 배치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반 노동자들도 도안을 제출해야 해, 마감 기한에 맞춰 어떻게든 도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식으로 청진시 송평구역의 한 옷공장에서도 노동자들에게 경연 참가를 압박하고 있다”며 “새로운 도안을 만들어 기술혁신을 하겠다면 사실 기술자들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일반 노동자들에게까지 도안을 하나씩 내라고 하니 모두 피곤해한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소비품의 형태와 구조, 재료 사용 방식 등을 구상해 도안과 설명서로 작성해야 한다. 이렇게 완성된 도안과 설명서는 전자자료로 만들어 도 내부 전산망에 등록해야 한다. 손으로 작성한 도면은 스캔해 제출하고, 컴퓨터로 제작한 도안은 그래픽 파일 형태로 올리면 기술심의 위원들이 원격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인민위원회는 심사 기준으로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원료를 활용했는지, 기존 설비로 생산이 가능한지, 제품의 이용 편의성과 내구성을 높였는지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경연 참가 실적과 평가 결과를 연말 사업총화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우수작은 4분기 도내 소비품 생산에 우선 도입되며, 입상자와 해당 생산 단위에는 기술혁신 표창이 수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공장별 생산 방식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도안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진시 옷공장의 경우 외화벌이 사업에 주력하면서 중국 측 거래처로부터 주문받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방이 원단을 제공하고 옷의 디자인과 규격까지 지정해 주기 때문에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도안을 실제 생산에 적용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소식통은 “중국 대방이 요구하는 형태대로 옷을 만들어 보내는 공장에까지 새로운 도안을 내라고 하니 이게 실제 생산과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공장은 원료와 부속품 부족으로 기존 생산계획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설령 우수한 도안이 제출된다 하더라도 실제 상품화로 이어지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Previous article김정은 “세계 일류급 교육” 외쳤지만…농촌에선 여전한 회의론
Next article더위 꺾이자 공원으로 몰려드는 北 주민들 “이제야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