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수립일(9·9절)을 맞이한 북한 주민들의 명절 준비 양상이 경제적 형편에 따라 판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유가 있는 주민들은 떡, 고기, 생선, 술, 과일 등을 먹거리를 푸짐하게 마련하는 반면,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명절 당일 쌀밥 한 끼를 먹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10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9·9절이 다가오기 며칠 전부터 청진시의 잘사는 집 주민들은 명절 준비를 하느라 바삐 움직였다”면서 “명절에 먹을 떡과 돼지고기 등은 너무 일찍 사두면 상할 수 있어 주문만 해두고 명절 전날 집으로 배달받고, 술처럼 보관이 쉬운 품목들은 일찌감치 구매해두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청진시의 경제력 있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국가적 기념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 평소보다 소비를 늘려 풍성하게 명절을 보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소식통은 “잘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돈을 벌 때는 벌고 놀 때는 놀자’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평생 벌기만 하고 돈을 아껴봐야 남는 것은 후회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쓸 때는 쓰고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진시의 일부 부유층 주민들은 9일 아침 꽃바구니 증정 행사에 참가한 뒤 지인들과 따로 모여 음식과 술을 나눠 먹고 노래와 춤을 즐기며 함께 명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풍경은 경제력이 있는 주민들에게서만 볼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잘사는 사람들은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고 밑천도 어느 정도 있으니 명절을 즐길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명절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며 “특히 이달에는 추석까지 끼어 있다 보니 9일 명절에 입쌀밥 먹는 것도 힘들었다”고 전했다.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9·9절보다 추석 명절 준비에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에 대부분 9·9절에는 별다른 명절 준비 없이 평소처럼 지내며 돈을 아낀다는 전언이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는 추석에 제사를 제대로 지내지 않으면 조상이 노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수 있다는 미신적 사고가 팽배해 있어 추석 제사상 차림에 더 신경 쓴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력 있는 주민들은 명절에 평소보다 소비를 늘리며 즐기는 반면,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한정된 생활비 안에서 지출 우선순위를 정해 아껴 쓰는 팍팍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양강도 혜산에서는 한층 활발해진 북중 무역에 돈주들의 명절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세관을 통해 일주일에 5일 정도 물자가 들어오다 보니 무역업자들이 중국 대방에게 부탁해 명절용 물자들을 대거 들여왔다”며 “그 영향으로 잘사는 사람들이 명절 준비를 위한 여러 물자들을 들고 다니면서 길거리에서도 명절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돈주 등 부유층은 무역업자들이 중국에서 매입한 가격 그대로 명절용 물자를 넘겨받아 이해관계에 있는 간부들에게 인사치레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무역업자들은 돈주들과 평소 가까이 지내거나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 부탁받은 물자를 들여오더라도 별도의 이윤을 붙여 돈을 벌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밖에도 돈주들은 명절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장마당을 수차 찾기도 했다. 이들은 장마당에서 물건을 눈으로 확인하고 고른 뒤 집으로 배달받는 방식으로 소비에 나섰다. 경제적 여유 덕분에 물건을 직접 들고 다녀야 하는 수고도 덜고 있는 셈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주민들은 명절 당일에도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이어가야 하는 실정이었다”며 “그래도 명절을 맞아 평소보다 물건이 잘 팔리면 장사꾼들은 명절을 제대로 쇠지 못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더 기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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